[보험 컨설턴트의 '라이프 톡톡'] (1) 컨설턴트의 삶은 인연의 연속…쓴맛·단맛 인생드라마 목격자
1996년 10월16일은 내가 컨설턴트를 시작한 날이다. 반대하는 남편에게 3개월만 해보겠다며 시작한 일이 벌써 20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고객을 만났고, 수많은 인연을 만들어 갔다. 얼마 전 돌아가신 고객도 그런 인연 중 하나다.

“언니, 오늘 근무예요.” 으레 그 고객에게 전화로 묻는 인사다. 그는 작은 회사의 식당에서 직원들에게 식사를 해주는 분이었다. 10년 전 고객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그동안 몇 번의 상담을 통해 부족한 보장을 추가하기도 했고,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인연을 이어갔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가도 늘 말미에 “내 보험이 충분하지?”라고 물었다. 그때마다 나는 “언니는 좋은 상품에 가입됐으니, 걱정 마셔요”라고 답하곤 했다.

어느 날 밤 11시가 넘어 문자가 왔다. 불길했다. 문자엔 그 고객의 이름과 장례식장이 쓰여 있었다. 55세. 너무 안타까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등산을 갔다가 높은 곳에서 추락했고, 그 자리에서 깨어나지 못했다고 딸이 전했다. 등산이 유일한 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나와 자매 이상으로 가까웠던 고객의 갑작스런 죽음이라 더 황망하고 안타까웠다.

다음 날 바로 장례식에 갔다. 믿을 수 없었지만, 영정 사진을 보고 나서야 고객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사무실로 돌아와 혹시 회사에서 고객에게 장례물품이 지원되는지 알아봤지만, 아쉽게도 VIP 고객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 했다. 장례물품 업체에 전화해서 마지막 선물을 전했다. 나의 영원한 VIP 고객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고, 더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의 가족에게는 상당한 금액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보험금 문제를 처리하는 동안 그 고객이 만날 때마다 그토록 자신의 보험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묻던 모습이 떠올랐다. 보장자산의 소중함을 알고 있지만, 막상 소중한 고객의 갑작스런 사고와 죽음으로 인해 보험금이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모든 컨설턴트들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돌이켜보면 이 일을 하면서 슬프고, 힘들고, 지쳐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쓰디쓴 그 순간이 지나면 곧바로 단맛의 경험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직업이 컨설턴트의 세계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온 길만큼 더 나아갈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또다시 인생의 쓴맛과 단맛은 반복될 것이다.

이숙영 < 삼성생명 대전중부지역단 컨설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