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컴퓨터 게임 인기 속에 PC방에 밀려 사양길을 걷던 당구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짙은 담배연기와 동네 건달의 아지트라는 오명을 벗고 전문 스포츠 연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호인이 늘어나면서 멤버십 클럽제로 운영하는 당구장도 속속 등장했다.
당구장의 부활…PC방보다 2배 많아졌다
22일 대한당구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2만2456곳의 당구장이 성업 중이다. 10년 전인 2006년 말 당구장 수가 1만8639곳이던 것과 비교하면 20% 넘게 늘어났다. 이에 비해 2006년 2만986곳에 달하던 PC방 수는 2014년 1만3146곳까지 줄었다. 작년 말에는 1만2000여곳으로 감소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당구장의 부활…PC방보다 2배 많아졌다
당구는 남녀노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로 재평가되고 있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사무과장은 “체력 소모가 적고 치매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당구장을 찾는 노인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당구에 소극적이던 20~30대 젊은 여성도 즐겨 찾는다. 수도권 도심지를 중심으로 ‘락볼링장’ ‘락포켓볼클럽’ 등 가볍게 술을 마시며 포켓볼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인구 수 대비 당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도 강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당구장은 전체 등록·신고된 체육시설의 40%(2015년 기준)를 차지한다. 체육 도장(1만4076개)이나 골프연습장(9928개)보다도 많다. 당구장 요금은 10분에 평균 1500~2200원 정도다. 보통 두세 게임을 한다고 했을 때 네 명이 세 시간을 즐겨도 3만~4만원 수준이다.

최근에는 멤버십으로 운영하면서 전문적으로 당구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생겨났다. 서울 가락동 ‘김정규 당구스쿨’은 출입하는 모든 손님을 대상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회원들은 월정액으로 대금을 낸 뒤 언제든 이곳을 찾아 당구를 즐길 수 있다. 반바지와 슬리퍼 착용을 금지하는 등 여느 당구장과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당구선수 출신인 김정규 대표는 “진지하게 스포츠 실력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창업했다”며 “대기업 고문으로 있으면서 틈틈이 당구를 배우는 회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금연을 시행하는 당구장도 늘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JS당구클럽’ 이장희 대표는 “당구를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들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흡연 금지를 결정했다”며 “당구 동호회와 전문 선수의 방문이 늘었다”고 했다.

당구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레저산업으로서의 성격도 강하다. 정부가 올해부터 음식점에 당구대 등 게임시설을 설치하는 복합매장 ‘숍인숍’ 영업을 허용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도 음식점 등에 당구대를 놓는 일이 있었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이었다.

나근주 사무과장은 “볼링장·음식점·카페·댄스클럽 등 다양한 업장에서 당구대를 설치하고 영업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며 “당구대·큐대 등 관련 용품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