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개월 딸을 침대에서 떨어뜨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A(23)씨와 어머니 B(23)씨
생후 3개월 딸을 침대에서 떨어뜨린 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아버지 A(23)씨와 어머니 B(23)씨
피켓 시위도 열려…젖먹이 떨어뜨리는 장면 태연히 재연

태어난 지 채 석달이 안된 젖먹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동갑내기 부부에 대한 현장검증이 17일 경기도 부천 자택에서 진행됐다.

이웃 주민들은 현장검증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 30분께부터 부부가 살던 다세대 빌라 앞 좁은 인도로 몰려들었다.

주민 50여명은 경찰통제선(폴리스라인) 뒤에 서서 "갓난아기가 무슨 죄가 있다고 때려죽이느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오후 2시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아버지 A(23)씨와 어머니 B(23)씨가 경찰 호송차에서 내리자 부부를 비난하는 성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둘은 패딩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쓴 채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시종일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현장검증이 이뤄지는 동안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 관계자들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이 동네에서 30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뉴스는 봤지만 집 근처인 줄은 전혀 몰랐다"며 "시끄럽게 울어서 때렸다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혀를 찼다.

이날 아버지 A씨는 안방 아기 침대에서 딸을 꺼내다가 바닥에 떨어뜨리는 장면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그는 다친 딸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울자 작은방으로 데려가 젖병을 입에 물려놓고 배를 눌러 억지로 잠을 재운 것으로 조사됐다.

부부가 다음날 오후 늦게 깨어났을 때 딸은 이미 숨진 뒤였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폭행치사 및 유기 혐의로 구속한 아버지 A(23)씨에게 살인죄를 추가해 18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유기 혐의로 구속한 어머니 B(23)씨에게는 같은 혐의를 계속 적용할지 아동복지법을 적용해 송치할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부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cham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