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원영이' 주검으로…"계모, 소변 못가린다는 이유로 학대"
시신 열흘간 방치하다 산에 암매장…"백골화 진행" 오늘 부검

7살 신원영군이 계모의 학대를 받다 끝내 숨진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무려 3개월간 욕실에 감금된 채 수시로 폭행당한 원영이는 마지막 20시간 동안 알몸으로 찬물 세례를 받았다가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친부와 계모는 신군의 시신을 열흘간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평택경찰서는 계모 김모(38)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 2일까지 3개월여간 원영군을 욕실에 가둬놓았고, 원영이가 숨지자 남편 신모(38)씨와 함께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해뒀다가 암매장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해 11월 원영군이 소변을 못가린다는 이유로 욕실에 가뒀다.

이후 하루 1끼 정도만 먹이면서 수시로 폭행했고, 올해 1월에는 변기 밖에 소변을 흘렸다는 이유로 때리던 중 원영이가 넘어지면서 변기에 이마를 부딪쳐 다쳤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붕대만 감아놓은 채 방치했다.

1월 28일에는 또다시 소변을 변기 밖에 흘리자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온몸에 락스를 붓기도 했다.

감금된 지 3개월째가 된 지난달 1일 오후 1시께 김씨는 원영이가 입고 있던 옷에 대변을 봤다는 이유로 옷을 모두 벗기고 샤워기로 찬물을 뿌린 뒤 욕실에 가둬놨고, 원영이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간 신씨는 김씨의 학대사실을 알면서도 "그만하라"고만 했지 적극적으로 만류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 부부는 이후 10일간 원영군의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방치한 뒤 같은달 12일 오후 11시 20분께 시신을 차에 싣고 청북면 아버지 묘소가 있는 한 야산으로 가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암매장 장소는 신씨 아버지의 묘지에서 5m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신씨 부부가 청북면의 한 슈퍼에서 신용카드로 막걸리와 육포, 초콜릿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 이 장소에 간 경위를 조사하던 중 신씨와 김씨의 진술에서 모순점을 발견해 추궁하다가 암매장 사실을 자백받았다.

신씨는 "원영이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한 반면, 김씨는 "아이를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행 시점이 지난달 20일이 아닌 14일 전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택 인근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던 중 12일 오후 11시 35분께 신씨 부부가 빌라 현관 바로 앞에 차를 대놓고 무언가를 싣는 장면을 확보했다.

이어 차량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이들이 당일 밤 신씨 아버지 묘소가 있는 청북면 야산으로 가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이 12일 밤 원영군을 암매장한 뒤 14일 초콜릿 등을 구입해 암매장 장소를 다시 찾은 뒤 장례 의식을 치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경찰 수사에서는 김씨가 지난달 20일 포털 사이트에 "살인 몇년 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본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날이 밝자마자 청북면 야산에서 원영군 시신을 수습했다.

원영군의 시신은 옷을 입은 채 땅속 50㎝ 깊이에 묻혀 있었으며 백골화가 약간 진행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등의 외상 흔적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원영이가 욕실에서 넘어지면서 이마를 변기에 부딪친 상처가 있는데 시신에서도 같은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김씨가 폭행 사실을 자백함에 따라 직접적인 사인이 된 또다른 학대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한 뒤 신씨 부부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계획이다.

(평택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goa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