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 만성질환' 악화시키는 한국 정치
2015년이 저물어간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잘 견뎌내고 순항하던 한국 경제가 글로벌 위험요인들로 인해 휘청대는 모습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첫째, 몇 년 동안 이슈가 되면서 경제를 짓눌러온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됐고 그 여파는 여러 가지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자본 유출이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역풍은 다양하게 불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해 금리 상한이 연 0.5%가 됐지만 한국의 기준금리와는 아직 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한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대출심사 강화조치 등과 맞물리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둘째,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신산업 진출 시도에 따른 여파도 엄청나다. 대(對)중국 수출 세계 1위 국가라는 점이 부메랑으로 작동하면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또 중국이 반도체산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전통 먹거리 산업에서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셋째, 유가 및 자원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자원 수출 신흥국들이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줄여 한국의 수출전선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석유 판매액이 줄어든 중동 지역 국부펀드들이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각하면서 한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겹치고 있다. 아프리카 자원 수출국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인해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등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이 주로 중국 제품을 수입하다 보니 중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국수출이 연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세계 교역과 물동량이 감소하는 탓에 해운업이 힘들어지고 해운사들이 신규 선박 주문을 줄이거나 취소하면서 조선업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이 두 산업은 철강업과 더불어 기업 구조조정 차원이 아닌 산업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부담스런 과제를 던지고 있다. 또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은행권 부실대출과 대손상각이 증가하면서 금융권 부담이 늘어나는 등 커다란 타격이 이어질 것이다. 그야말로 심각한 연쇄반응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문제들은 한순간에 끝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금방 낫는 질병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성적 질병을 한 번에 고치기는 어렵다. 이런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이를 잘 관리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커지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취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부동산, 자영업, 가계부채 문제와 대외적 불안요인이 결합되면 엄청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위험 요인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내수 진작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며 금융회사, 정부, 기업의 협력체제를 통한 효율적 구조조정의 진행이 필요하다. 질환 치유과정에서 과도한 정치논리와 포퓰리즘적 요소의 개입은 금물이다.

이런 어려움은 모든 국가가 다 겪는 공통의 위험요인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만이 이런 문제들로 인해 신음하면서 고통을 겪는다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위험 요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대적으로 보면 한국 상황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최근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물론 이에 만족하지 말고 체질을 강화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정치권의 경제 발목 잡기는 극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경제주체들은 정치권에 대해서는 유권자다. 정치권이 보다 경제 친화적이 되도록 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새해에는 이런 수많은 과제를 잘 수행해 한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바람직한 모습으로 변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듀, 2015!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