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자들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현동 기자
일본 기술자들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현동 기자
“(한국 중소기업) 대표가 제 덕분에 신제품 개발을 해냈다며 100세까지 함께 일하자고 하더군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일본 도쿄코스모스전기의 퇴직 기술자 미와 아키히데 씨(71)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의 ‘일본 퇴직기술자 유치사업’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와씨는 국내 환경측정장비업체인 과학기술분석센타를 기술지도한 사례를 발표했다. 그는 30여년간 센서 설계를 했다. 미쓰비시전기, 덴소 등에 납품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미와씨는 지난 3년 동안 국내 중소기업인 과학기술센타에 센서 감도를 높이는 기술자문을 했다. 과학기술센타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악취 모니터링 장치, 절연유 용존가스 모니터링 장치 등을 내놨다.

미와씨는 “센서모듈 설계 외에 제조공정, 원자재 구매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2년가량 걸리는 신제품 개발 기간을 반년으로 줄였고, 불량 수치도 약 43% 줄이는 성과를 냈다.

한일재단은 경험이 풍부한 일본 퇴직기술자를 국내 중소기업에 기술고문으로 소개하는 사업을 2008년부터 해오고 있다. 총 541명의 기술자를 확보해 지금까지 350여개 회사에 파견했다. 지난주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우수한 현지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100여명의 일본인 퇴직 기술자가 참여했다. 그동안 도쿄 오사카에서만 인력을 발굴했지만 올해는 도요타 등이 있어 자동차 관련 기술자가 많은 나고야에서 행사를 열었다.

기술지도 경험을 발표한 퇴직 기술자들은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마쓰시타전기 기술부장을 지낸 고다 미노루 씨(71)는 “대표가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의 자존심과 흥을 살린다면 성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사를 총괄한 이종윤 한일재단 전무는 “일본에는 열처리, 금형 등 뿌리산업에서 한우물을 파온 기술자가 많다”며 “국내 중소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원천기술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일본의 장인정신은 이런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도쿄=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