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본사를 둔 미국계 제약회사인 밸리언트가 분식회계를 했으며, ‘제2의 엔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글로벌 제약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엔론은 부실한 재무상태를 감추려 대규모 분식회계를 한 것이 드러나 2001년 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이다.

발단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월가의 공매도 리서치 전문회사 시트론이 내놓은 보고서였다. 시트론은 밸리언트가 작년 12월부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는 계열회사 필리도를 이용해 매출을 실제보다 부풀려 작성하고 있다며 ‘제2의 엔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필리도는 전문약품 유통업체다.

시트론은 밸리언트가 필리도에 약품을 넘긴 뒤 실제론 팔리지 않은 것도 매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전문약품 유통업체들은 보험회사의 감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회계부정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필리도가 약품을 팔았다고 기재한 R&O라는 회사는 필리도와 연락처 및 서버 주소가 같은 회사라며, 가공의 매출이 일어났다는 근거라고 밝혔다.

의심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21일 장중 한때 40% 가까이 떨어졌다가 밸리언트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투자자 빌 애크먼이 200만주를 추가로 사들이면서 낙폭이 19.17%로 줄었다. 22일에도 7% 추가 하락했다.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주가가 주당 230~240달러였는데 한 달여 만에 반토막이 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밸리언트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90bp(1bp=0.01%포인트)까지 올라갔다. 이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의 국가부도 위험보다도 높다. 글로벌 제약회사 중 최고다.

밸리언트는 “필리도에 납품했을 때 매출로 잡은 적이 없고 실제 환자에게 팔려야만 매출로 잡고 있다”며 “오히려 일반 도매상에게 약품을 팔 때보다 매출이 늦게 잡힌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앤드루 레프트 시트론 창업자는 2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밸리언트의 주장은 아마추어 같으며 전혀 해명이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