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3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급증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값이 비싼 레저용 차량(RV)의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기아차는 내년 5월 멕시코 공장을 가동해 중남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로 했다.
기아차, RV판매 호조에 3분기 영업익 급증…내년 멕시코 공장 가동, 글로벌 공략 '순항'
추정치 10% 웃도는 깜짝 실적

기아차는 3분기 매출이 13조4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다고 23일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6775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매출은 2013년 2분기(13조1126억원) 이후 9분기 만에,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7697억원) 이후 5분기 만에 각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던 영업이익이 6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3분기 영업이익 6775억원은 증권업계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인 6150억원을 10% 이상 웃돈다.

다만 3분기 순이익은 중국 판매 부진 탓에 16.3% 감소한 5501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수익을 지분법으로 순이익에만 반영한다.

수익성 높은 RV 판매 확대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5005억원을 바닥으로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과 쏘렌토를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판매단가가 높아지고 있고, 내수시장에선 3분기에 출시한 신형 K5와 스포티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미니밴을 합한 RV 판매 비중은 지난해 1~9월 29.8%에서 올해 같은 기간 33.8%로 4%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판매량은 65만837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줄었지만, 대당 3000만원을 웃도는 RV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체 수익성은 올라갔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졌다. 전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가 유로화와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고전한 것과 달리 기아차는 유럽과 신흥국보다 미국 비중이 높아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내년부터 중남미 시장 본격 공략

기아차는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부진한 신흥국 시장은 현지 생산 확대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올해부터 러시아 수출 물량을 줄이고 현지 현대차 공장에 위탁생산하는 모델인 리오 물량을 늘렸다. 한 본부장은 “내년 5월 멕시코 공장을 가동하면서 현지 생산량의 40%를 중남미 지역에 무관세로 수출할 것”이라며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에도 수출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달 중 미국과 중국에 신형 K5, 내년 초 미국과 유럽에 스포티지를 투입해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상반기 출시한 소형 SUV KX3와 10월 신형 K5에 이어 내년 초 스포티지의 중국형 신차(1.6L 터보)를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월 5만대 이상을 팔던 기아차는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저가 SUV 공세에 밀리면서 판매량이 지난 7월 3만8대, 8월 2만6008대 등으로 떨어졌다. 이후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9월에는 4만4545대로 회복했다. 한 본부장은 “4분기에는 중국 정부의 1.6L 이하 승용차 구매세 인하 정책에 따라 1.6L 이하 판매 비중이 70%에 달하는 기아차가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