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ERI 경영노트] 떠나려는 고객을 붙잡는 서비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액센츄어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작년 약 64%의 글로벌 고객은 자신이 사용하던 브랜드에서 다른 브랜드로 이동했다. 액센츄어는 이런 ‘전환 경제(switching economy)’의 규모를 6조2000억달러(7440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했다. 이 수치는 5년 만에 약 26%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이 기존 브랜드에서 이탈하는 현상은 첫째, 제품의 본질적 가치측면에서 기존 혹은 신규 경쟁 브랜드들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안이 기존의 그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고객은 냉정하게 이동할 것이다. 둘째, 고객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의 고객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다. 따라서 비슷한 경쟁 브랜드에 한눈을 파는 고객이라면 전환 비용보다 조금만 높은 가치의 창의적인 서비스가 추가로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보급률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이제 고객들은 수요가 발생함과 동시에 탐색, 고려, 평가를 원스톱으로 해결하기 원한다. 글로벌 온라인 유통 업체인 아마존은 태블릿 PC인 킨들 파이어의 특정 모델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메이데이(Mayday)’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리 등록을 마친 고객은 사용 방법에 대한 문의나 기타 여러 이슈가 발생할 시 24시간 언제나 메이데이 버튼을 누르면 15초 이내로 아마존의 테크 어드바이저(Tech Advisor)와 연결될 수 있다. 테크 어드바이저는 고객의 태블릿에 직접 접속해 사용방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문제들을 실시간으로 해결해 준다.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미국 피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피자헛은 파나마와 말레이시아에서 ‘오븐 딜리버리(Oven Delivery)’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토바이 뒤에 오븐을 설치하고 배달하는 동안 피자가 요리돼 도착과 동시에 방금 나온 따뜻한 피자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네덜란드의 진스온라인과 러시아의 라모다라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에서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주문하면 배달원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찾아온다. 고객은 입어보고, 맞지 않거나 맘에 들지 않는 옷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달원에게 바로 돌려줄 수 있다.

쇼핑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플레이슈머(playsumer·play+consumer)의 증가와 더불어 재미있는 고객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생겨나고 있다. 글로벌 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원하는 가구가 있는 카탈로그 페이지를 펼친 뒤 원하는 위치에 놓는다. 그 다음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해 카메라를 통해 카탈로그를 스캔하면 화면 속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구가 나타난다. 이런 서비스는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실제 가구가 집의 공간과 잘 맞는지 미리 체크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별로 혁신적이지도 않은 신제품 출시에 들어가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줄여, 실용적이면서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고객을 붙잡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제 과거와 달리 고객은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를 무작정 추종하지 않는다. 고객들은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경쟁 브랜드 혹은 실망스러운 고객 서비스로 인해 언제든 매몰차게 돌아서곤 한다.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고객의 시각에서 상품을 접하는 순간순간에 예상치 못한 흥미롭고 실질적인 가치를 추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진상 < LG경제硏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