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 문을 연 삼성물산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에서 한 남성이 슈케어 구두 손질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 문을 연 삼성물산 남성 편집매장 ‘란스미어’에서 한 남성이 슈케어 구두 손질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남성복 전문매장이 옷 자체에 집중했어요. 하지만 이젠 품격을 갖춘 ‘젠틀맨’을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턱수염부터 구두 끝까지 손질해주는 것은 물론 선물이 필요할 땐 꽃배달까지 해주죠.”(김효진 란스미어 수석디자이너)

서울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 지난 15일 문을 연 ‘란스미어’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남성 문화의 새 랜드마크’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꾸민 남성 편집매장이다. 매장 입구에 닿으면 ‘버틀러’라는 이름의 10m짜리 조형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다. 충견으로 꼽히는 래브라도를 형상화한 조형물로, 이곳을 찾는 남성들을 충실하게 보좌하는 집사(butler)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총 2개 층에 430㎡(약 130평) 규모로 들어선 란스미어 새 매장은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해외 유명 브랜드의 최신 상품을 다양하게 들여놨다. 1층에는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이탈리아 ‘몬테꼬레’ 매장이 꾸며졌다. 점퍼 한 벌에 140만~200만원대인 고급 아우터 브랜드다.
패션 그 이상이 있다…남성 쇼핑공간의 진화
지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쇼핑천국이 펼쳐진다. ‘체사레 아톨리니’ ‘오라치오 루치아노’ ‘스틸레 라티노’ 등 신사복 브랜드부터 ‘피티제로우노’ ‘야콥코헨’ ‘메트리코’ 등 바지 브랜드, ‘스테파노 마노’ ‘시세이’ 등 가 방 브랜드는 물론 골프·스포츠 의류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1 대 1 상담을 통해 비스포크(bespoke·맞춤) 방식으로 슈트와 예복을 제작해주는 VIP 룸과 구두를 깔끔하게 닦아주는 슈케어 서비스는 기본이다. 고급 우산 전문 브랜드인 ‘폭스 엄브렐러’, 1900년대 초반 제작된 빈티지 안경테를 판매하는 ‘레트로스펙스’ 등도 눈길을 끌었다.

고급 꽃가게 ‘블룸앤코’에서는 플로리스트의 추천을 받아 꽃배달을 주문할 수 있다. 특별한 날 내 여자에게 멋진 꽃을 선물하고 싶지만 거리 꽃집에 들어가긴 쑥스러운 남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로 기네스북에 오른 영국 런던의 바버숍 트루핏앤드힐의 면도용품도 보였다. 미리 예약하면 전문가에게 이발과 면도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매장 한편에는 60여년 동안 국내 원단·패션산업을 이끌어온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역사를 보여주는 ‘패션 아카이브’를 마련했다. 회사가 보유한 사료집, 과거 의상 스케치와 원단 샘플, 업무자료 등을 통해 한국 남성복 변천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란스미어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에서 남성 전문 패션매장은 규모가 커지고, 고급화하는 추세다. 그만큼 남자들이 패션에 투자하는 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남성 매출 비중은 2010년 28.1%에서 2014년 32.2%로 꾸준히 늘었고 이달 들어서는 40.2%에 달했다. 홍정표 신세계백화점 상무는 “2011년 남성전문관을 처음 도입한 이후 남성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남성 고객이 백화점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롯데가 2012년, 현대는 2013년에 남성관을 여는 등 경쟁에 불이 붙었다. 클럽모나코는 바버숍을, 닥스는 카페를 결합한 매장을 선보이는 등 남성 패션매장이 라이프스타일을 ‘통째로’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남성 전문매장의 고급화·대형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효진 수석디자이너는 “남성복 매장에 3대(代)가 함께 와 옷을 구입하거나 40대 중년 남성이 친구들과 방문해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