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LET·JLPGA 3년 출전권 확보하면 KLPGA 정회원 자격
국내 투어 뛴 적 없는 박인비·양희영·김인경 등도 회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56전157기'의 감격스런 첫 우승을 따낸 최운정(25·볼빅)은 LPGA 투어 멤버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최운정은 KLPGA투어 대회에 딱 두번 출전했을 뿐이다.

두 번 모두 초청 선수 자격이었다.

최운정은 KLPGA투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기에 KLPGA회원 자격 획득에 필요한 실전 테스트도 거친 적이 없다.

이런 최운정이 KLPGA 회원이 된 것은 외국 투어 선수에 대한 특례 입회 규정 덕이다.

KLPGA는 미국, 유럽, 일본 등 3대 해외 투어에서 3년 이상 출전권을 유지한 선수가 원하면 정회원 자격을 준다.

심사를 거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나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3년 이상 뛴 선수라면 검증이 쉬워서 입회 신청이 거부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최운정은 작년에 KLPGA 입회를 신청해 정회원 자격을 땄다.

원래 KLPGA 정회원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먼저 실전 테스트를 통과해 준회원이 돼야 하고 준회원 신분으로 1년 동안 8라운드를 치르는 점프 투어에서 기량을 인정받아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거나 투어 대회에서 초청선수로 출전했다가 우승하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정회원이 되기도 한다.

KLPGA 정회원 가입자는 매년 60명 안팎에 불과하다.

최운정 같은 해외 투어 선수에게 이런 과정을 면제하는 특혜는 이들이 세계 정상급 투어에서 3년 이상 출전권을 유지했다면 충분한 실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또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를 적극적으로 '우리 식구'로 포용한다는 뜻도 담겼다.

외국 국적자라도 '한국계'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뉴질랜드 국적의 리디아 고(18)나 호주 국적의 이민지(20)도 자격을 갖춰 신청하면 정회원 자격을 주는데 문제가 없다는 게 KLPGA의 설명이다.

KLPGA 정회원은 가입비 200만원을 내고 매년 180만원의 회비를 내면 평생 자격을 유지한다.

최운정처럼 KLPGA투어에서 활동한 적이 없지만 KLPGA에 입회해 정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LPGA 투어 선수는 적지 않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도 2008년 KLPGA 정회원이 됐다.

박인비는 중, 고교를 미국에서 마치고 LPGA투어에 직행해 KLPGA투어는 뛰어 본 적이 없다.

올해 혼다타일랜드 우승과 US여자오픈 준우승으로 주목을 받은 양희영(26)도 2006년에 이미 KLPGA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양희영도 호주에서 학업을 마쳤고 호주에서 미국으로 곧바로 건너갔기에 KLPGA 선수로 활동한 적은 없다.

다만 양희영은 2011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해 KLPGA 투어 우승 경력자라는 점이 특별하다.

김인경(27·한화), 허미정(26), 강혜지(24·한화)도 국내 투어를 거치지 않았지만 KLPGA 정회원이다.

최고참 박세리(38)를 비롯해 최나연(28·SK텔레콤), 유소연(26·하나금융), 김세영(22·미래에셋), 김효주(20·롯데), 장하나(23·비씨카드) 등 LPGA 투어 주력 선수 상당수는 KLPGA 투어 출신이라서 해외 투어 선수 대상 특례 입회의 혜택은 보지 않았다.

일본에서 주로 활약하는 이보미, 신지애, 안선주, 전미정, 이지희 역시 KLPGA 정회원으로 KLPGA 투어에서 뛰다 일본으로 건너간 선수들이다.

그러나 작년 미즈노클래식에서 우승한 LPGA 투어 선수 이미향(22·볼빅)과 신지은(23·한회)은 아직 KLPGA 회원이 아니다.

한편 LPGA 투어에서 뛰면서 KLPGA 정회원에 가입했지만 회비를 내지 않아 제명된 선수도 있다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