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노 반대에도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내년 총선 공천 등 실무를 맡을 사무총장에 수도권 출신 3선의 최재성 의원을 임명했다.

문 대표의 이날 인선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내 비노계(비노무현계)의 집단적 반발을 무릅쓴 강공책이어서 향후 계파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표는 이날 전략홍보본부장에 수도권 출신 재선인 안규백 의원을, 수석사무부총장에 전북 출신 초선인 김관영 의원을 임명했다. 또 대표 비서실장에는 수도권 출신 초선인 박광온 의원, 디지털소통본부장에는 비례대표 초선이자 경제통인 홍종학 의원이 발탁됐다.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된 최 의원은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원내대표와 함께 결선에 올라 5표 차로 떨어진 전력이 있다. 이날 당 요직인사는 계파별로 골고루 안배된 것이 특징이다. 최 의원은 정세균계 핵심인 범주류로 분류되며, 전략홍보본부장인 안 의원은 옛 민주계에 뿌리를 둔 친(親)정세균계, 수석사무부총장인 김 의원과 비서실장인 박 의원은 김한길계, 디지털소통본부장인 홍 의원은 범주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 등 당내 비노계는 최 의원을 범친노로 분류하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인선 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껏 당 대표께 당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줄곧 말씀드려왔다. 하지만 당 대표께선 당의 안쪽에 열쇠를 잠갔다”며 “포용하지 않는 정당은 확장성이 없고 확장성이 없으면 죽은 미래가 있을 뿐”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무직 당직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김영록 수석대변인, 유은혜 대변인은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책위의장은 강기정 현 정책위의장의 유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비노 진영에서는 재선의 최재천 의원을 거론하고 있어 최종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문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재성 카드’ 고수 입장을 밝히며 표결 절차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표결에 반대하면서 대안으로 우윤근 김동철 노영민 의원 등 3선 의원 3명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우 의원은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분류되나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고, 김 의원은 비노계인 만큼 탕평의 의미가 있다는 측면에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의 경우 문 대표의 최측근으로 “차라리 최측근을 공식라인으로 흡수시켜 책임정치를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추천됐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최 의원을 전략홍보본부장 카드로 역제안하면서 이 원내대표가 사무총장 후보로 제안한 3명의 인사와 최재성 전략홍보본부장 패키지에 대해 각각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는다면 이를 받아들이겠지만, 동의를 구하지 못한다면 원안대로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원들도 이를 수락하며 문 대표에게 ‘조건부 위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당 대변인은 “사무총장을 비롯해 발표된 네 자리의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임명하도록 돼 있어 대표가 의결권한을 위임받아 오늘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은정진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