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부상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식과 절차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의 주요 경영전략이나 민감한 안건을 ‘책임을 지지 않는 민간위원들’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늘면서다.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2006년 3월 설치한 민간위원회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의결권 행사 내역과 지침 변경 등을 보고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총 9명 이내의 민간위원(임기 2년)들로 구성된다. 정부(2명), 사용자단체(2명), 근로자단체(2명), 지역가입자단체(2명), 연구기관(1명) 등에서 후보를 추천한다.

기금운용위원장 또는 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이 필요할 때 회의를 열 수 있다. 대부분 회의는 찬반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금운용본부의 요청에 의해 개최된다. 통상 주주총회가 개최되기 직전 열린다. 때문에 당시 여론을 보고 판단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2년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반도체 사내이사 선임 논란은 의결권 행사가 여론에 흔들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이닉스반도체 지분 9.15%를 들고 있었던 국민연금은 시민단체들로부터 ‘불구속 기소’ 단계의 최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해선 안 된다는 압력을 받았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선 끝에 국민연금은 중립 의견을 냈고, 이사 선임 안건은 통과됐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SK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매출 10조3958억원에 560억원의 순손실을 내던 적자 회사가 지난해 매출 17조1256억원, 순이익 4조1952억원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교수, 연구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9명의 외부 위원이 기업 경영에서 발생하는 첨예한 안건들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기열/좌동욱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