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브릿지스톤·소니·마쓰시타…일본 기업들의 대형 M&A 실패사례 집중 분석
일본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급증하고 있다. M&A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4조8000억엔(약 43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연간 8조600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보유자금이 풍부해진 데다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로 자금조달 여건도 개선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M&A로 인해 쓰라린 경험을 많이 맛봤다. ‘해외 대형 M&A 대실패의 내막’은 일본 내 M&A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과거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의도에서 쓰였다. 이 책의 저자 아리모리 다카시는 기자 출신으로, 딱딱한 M&A 이론뿐 아니라 경영의 뒷얘기를 가미해 흥미를 더했다.

이 책에선 M&A 실패 사례로 1988년 브릿지스톤의 미국 파이어스톤 인수를 비롯해 다케다약품공업, 소니, 미쓰비시토지, 마쓰시타전기(파나소닉 전신), 일본담배산업 등 9개 기업이 등장한다. M&A는 성장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신흥시장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가치 이상으로 비싸게 인수했거나 현지화란 이름으로 본사와 경영통합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최고경영자가 자신을 지켜줄 후계자를 선임해 경영판단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지 않는 일본 특유의 경영 승계 구조도 M&A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일본에서는 새로운 M&A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신흥국보다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을 선호한다. 그런 까닭에 M&A 건당 규모는 수천억엔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또한 인수협상도 속전속결로 인수기간이 과거보다 크게 짧아졌다. 이 책의 사례를 교훈 삼아 수년 후 일본 내 해외 대형 M&A 대성공의 내막이 소개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