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기성세대·젊은층 돈가방 놓고 좌충우돌
임상수 감독은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 등에서 도발적인 상상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그려냈다. 최상류층의 부조리와 허상을 들춰낸 ‘하녀’와 ‘돈의 맛’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했다. 25일 개봉하는 ‘나의 절친 악당들’은 기성 권력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모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범죄 코미디다.

범죄로 번 돈을 싣고 가던 차량이 대형 트럭과 충돌해 박살 나고 만다. 그 뒤를 밟던 공공기관 인턴 지누(류승범 분)는 사고 차량을 끌고 간 폐차장에서 레커차 운전사 나미(고준희 분)와 돈을 나누기로 공모한다. 폐차장을 관리하던 흑인과 그의 아내도 음모에 가담한다. 이제 네 사람은 돈을 되찾으려는 권력자의 하수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롤러코스터처럼 전개되는 추격전에서 지누와 나미의 도피행각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다. 지누는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직원들과 격투 끝에 탈출하지만, 어처구니없이 순찰 중인 경찰의 가스총을 맞고 다시 포로 신세가 된다. 나미는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던 중 지누의 전화가 오자 뛰어나온다. 예상을 뒤엎는 전개 방식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린다.

중요한 소품도 유머와 은유의 장치로 활용된다. 지누가 나미와 처음 관계를 가질 때 헬멧을 쓴 모습은 코믹하다. 운전대를 잡은 지누가 헬멧을 쓴 채 직장 상사, 동료와 싸우는 모습도 웃긴다. 헬멧은 지누의 의심과 방어본능을 대변한다.

선글라스는 지누와 나미의 사랑을 확인해주는 소품이다. 추적자에게 구타당한 나미는 멍든 눈두덩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쓴다. 다음에는 지누가 매맞아 부은 얼굴을 감추려고 착용한다. 이 장면에서는 두 남녀의 마음가짐이 동등해져 사랑으로 발전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돈가방을 둘러싼 소동은 마치 세대 간의 투쟁처럼 그려졌다. 돈가방을 우연히 차지한 젊은이들과 그들로부터 되찾으려는 기성 권력 간의 싸움 말이다. 젊은이들은 아직 제도권에 물들지 않은 존재다. 그들은 돈을 마구 써대지만, 적어도 돈 때문에 서로를 배신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지누가 잡혔을 때는 나미가 구출하러 나선다. 그들은 자기 인생의 주인이다.

반면 그들을 추적하는 기성 권력의 하수인들은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노예’다. 자신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선한 것인지 판단할 겨를도, 의지도 없다. 지누 일당이 하수인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자신이 노예근성을 지녔는지 되묻는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존재라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