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져도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고 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8일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 중 하나가 삼성물산 합병 이사회 공시 직후부터 지난 4일 엘리엇 지분 공시일까지 급증한 대차잔고"라며 "그 이전 약 600만주에 머물던 대차잔고가 갑자기 두 배 이상인 1200만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을 상당히 과소 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국민연금을 비롯해 삼성SDI, 삼성화재 등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박 대표는 "대차잔고 급증은 액면에서 7.12%를 쥔 엘리엇이 쥐고 있는 또 다른 카드이든, 아예 전혀 다른 제3의 헤지펀드든 그들이 그들만의 노하우를 접목해 수많은 파생상품으로 연결해 놓았음을 의미한다"며 "일부의 단순 예측대로 주가를 올려 먹고 튀는 식으로 하나의 길만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차잔고 급증에서 이같은 추정이 가능한 것은 각각의 투자자나 펀드들이 사적으로 맺는 각종 계약에 대해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가도 이익이 되고, 내려가도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엘리엇처럼 헤지펀드 경력을 오래 쌓은 투자자는 양방향 또는 다면의 구조를 이미 짜 놨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도 자기 주식을 팔지 않고, 다른 채널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삼성은 오직 이재용 체제만 보고 달려왔기 때문에 헤지펀드의 각종 전략에 많은 부분 약점을 노출한 셈"이라며 "이번 사안처럼 단순한 프레임의 분쟁에서 삼성은 엘리엇에게 거의 어린애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