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25승·여자는 20승 이상…LPGA는 '명예의 전당' 회원에 평생 출전권

프로 골프 선수에게 대회 출전권은 생존권이나 다름없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프로 선수는 의미가 없다.

투어 대회 출전권 없는 프로 골프 선수는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프로 야구 선수와 똑같다.

투어 대회 출전권을 한국에서는 시드권이라고 부른다.

정상급 선수라면 몰라도 중하위권 선수들은 시드권을 지키는데 필사적이다.

시드권을 잃으면 당장 생계마저 위협받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프로 골프 선수에게 우승컵만큼 소중한 게 시드권이다.

최경주는 한때 "10년 동안 PGA 투어 출전권을 지키는 게 최대 목표"라고 말한 적도 있다.

우승한 선수는 저절로 이듬해 시드권을 받지만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 대부분 선수는 투어가 정한 일정 순위 이내 상금랭킹에 들어야 이듬해 출전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웬만한 프로 골프 선수의 은퇴 이유는 대부분 시드권 상실이다.

14일 개막한 한국프로골프 최고 명문 대회로 꼽히는 제34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는 만 60세의 최상호가 출전해 화제가 됐다.

매경오픈은 한국 프로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출전하고 싶어하는 특급대회이다.

당연히 시드권이 있어야 출전한다.

2012년 단 2개 대회만 출전해 모두 컷탈락한 뒤 2년 동안 투어 대회에 나오지도 않았던 최상호의 특급대회 매경오픈 출전은 최상호가 영구시드권자라는 특별한 신분이라서 가능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한장상(74),김승학(68), 최상호 등 세명에게 영구시드권을 부여했다.

한장상, 김승학의 한국 골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영구시드권을 받았지만 영구시드권을 활용해 대회에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한장상은 2007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이 대회 50년 연속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는 더는 투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상호는 협회가 정한 규정에 따라 영구시드권을 받았다.

협회는 투어 통산 25승 이상을 올린 선수에게 평생 출전권을 보장한다.

이 출전권은 협회가 정한 대회 출전 순위에서 70위 초반이다.

대회 출전 선수가 144명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대회에 다 나갈 수 있다.

출전선수가 60명 내외로 제한되는 대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상호 역시 후배들의 소중한 출전 기회를 뺏고 싶지 않다면서 대회 출전을 꺼린다.

매경오픈은 최고령 우승(만50세) 기록을 세운 대회인데다 대회가 열리는 남서울골프장에서 헤드프로로 오랜 인연을 맺었던 터라 출전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도 영구 출전권자가 3명이나 있다.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20승 이상 올린 선수에게는 영구 시드권을 부여한다는 규정 덕에 박세리, 신지애, 전미정 등 3명은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에 2주 전까지 출전 신청만 하면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평생 보장받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영구시드권 1번은 고 구옥희가 받았다.

구옥희는 2013년 향년 57세에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고 구옥희는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장을 맡기 전까지 웬만하면 대회에 출전해 후배들과 기량을 겨뤘다.

일본에서 뛰는 안선주도 2승만 보태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평생 출전권자가 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대회 때마다 출전권 2장은 '명예의 전당' 회원 몫으로 남겨둔다.

'명예의 전당' 회원은 언제든 원하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LPGA 투어에서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명예의 전당' 회원은 줄리 잉스터(55), 카리 웨브(41), 그리고 박세리 정도다.

이들은 굳이 '명예의 전당' 회원용 출전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될만큼 성적이 좋아 영구 출전권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영구 출전권은 없다.

다만 대회마다 따로 역대 챔피언에게 출전권을 일정 기간 보장해 팬들에게 올드 스타의 플레이를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