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회의서 기존 구제금융 지원조건과 그리스 계획 평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실무팀이 오는 1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각각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그리스 ANA-MPA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NA-MPA 통신은 그리스 정부가 작성한 비공식 문건을 인용해 양측 실무팀은 협상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구제금융 재협상과 관련한 양측의 공통점과 이견을 기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 실무단의 전날 회의를 기록한 이 문건에 따르면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는 그리스가 작성한 보고서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등 2건이 동등한 자격으로 제출된다.

앞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네덜란드 재무장관인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지난 12일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그리스 새 정부의 계획 간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기술적 평가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하루 전인 11일 열린 유로그룹 긴급회의에서 최종 합의에는 실패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그리스는 오는 28일 끝나는 EU 측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8월 말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개혁 계획을 세워 새로운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유동성을 지원하는 '가교(bridge) 프로그램'을 요구했다.

반면 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기존 구제금융을 연장해 종전에 합의한 긴축 정책을 수행하라고 압박했다.

따라서 유로그룹은 16일 회의에서 2건의 보고서를 토대로 기존 구제금융 지원조건과 새 정부의 계획 가운데 건별로 수용 여부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협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ANA-MPA 통신이 입수한 문건은 그리스 정부가 (협상에) 낙관적이며 그동안 치프라스 총리와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EU 회원국들을 개별 방문하며 설득한 성과를 유로그룹과 EU 정상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치프라스 총리가 방문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키프로스, 벨기에의 지도자들은 EU 정상회의에서 긍정적 입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부패·탈세 척결과 공공행정의 개혁 의제를 보고서에 넣을 계획이며 이는 트로이카도 동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문건은 그리스는 실패한 정책들은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노동 분야와 기초재정수지 흑자, 국유재산 매각 등은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리스 새 정부는 노동법이 EU 기준에 못 미치며 재정흑자 목표가 과도하고 그리스 정부의 자산은 매각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는 올해 기초재정흑자 목표가 국내총생산(GDP)의 3%에서 낮춰 재정을 사회안전망에 활용하는 방안을 등을 제안하기로 했다.

이밖에 그리스는 의료 개혁과 공공 부문 감원, 연금 제도 등은 양측의 공통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합의까지 거리는 있지만 중대한 진전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문건은 구제금융 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감독하는 트로이카 실사단은 오는 25일에 해체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