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케레타로 공단에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동반 진출한 DR이엔시(대동전자 자회사)의 이철주 사장(가운데)이 공장 설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매년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을 하지만 인상률이 2~3%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레타로=장진모 특파원
멕시코 케레타로 공단에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동반 진출한 DR이엔시(대동전자 자회사)의 이철주 사장(가운데)이 공장 설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사장은 매년 노동조합과 임금협상을 하지만 인상률이 2~3%로 안정적으로 유지돼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레타로=장진모 특파원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210㎞ 떨어져 있는 케레타로 공업단지. 지난달 27일 공단 부근엔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공단에는 1995년 동부대우전자에 이어 2003년 삼성전자가 가전 공장을 세웠다. 세탁기와 건조기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DR이엔시(한국 대동전자 자회사)의 이철주 사장은 “기업 입주가 늘어나 출퇴근 시간에 교통체증이 심해지자 주 정부가 기업을 더 유치하기 위해 도로를 넓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레타로 공단은 5년 만에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제너럴일렉트릭(GE) IBM 등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에릭슨과 스카니아, 프랑스 방위산업체 사프란에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의 히타치금속이 자동차부품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에 투자 늘리는 한국

한국 기업들도 뜨고 있는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에서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국 쑤저우의 건조기 공장에서 연산 30만대 설비를 멕시코 케레타로 공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는 멕시코 2대 도시인 몬테레이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연산 30만대 생산체제를 가동한다.
[정치가 갈라놓은 중남미] 수출입지 좋고 싼 인건비…삼성전자·기아車, 멕시코에 잇단 투자
신한은행 멕시코 사무소는 올 하반기 법인으로 전환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의 자금지원에 나선다. 서우영 LIG넥스원 중남미 대표 사무소장은 “콜롬비아 국방부와 오는 3월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평양동맹의 기업유치 경쟁

글로벌기업들이 태평양동맹의 ‘맹주’격인 멕시코로 몰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저임금의 젊고 풍부한 노동력과 글로벌 수출기지로서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미국과 인접해 있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동시에 끼고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강국이다. 경제영토(FTA 체결국가 국내총생산(GDP) 합계) 비중이 전 세계 GDP의 64%로, 칠레에 이어 세계 2위다. 북미와 유럽 남미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

정치·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대기업들은 각 주정부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인센티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군 게릴라와 싸우던 콜롬비아 군인과 경찰들은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게 주된 임무로 바뀌었다. 칠레의 재무장관을 지낸 안드레스 벨라스코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평화가 콜롬비아 경제를 향후 10년간 연 1%가량씩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당하는 한국 제조업

태평양동맹의 부상은 한국에 기회인 동시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이 중국에 이어 멕시코라는 새 경쟁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한국이 4~5년 내 자동차 생산에서 멕시코에 추월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할수록 한국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인 대동전자가 이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동전자 광주사업장 대표를 겸하고 있는 이철주 DR이엔시 사장은 “삼성전자의 케레타로 공장 설비증설에 대비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설비를 확충하는 방안과 흑자와 적자를 넘나드는 광주공장의 설비를 이전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광주공장의 설비를 가져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멕시코시티·보고타=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