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가속페달' 한국타이어…후계구도 포석?
한국타이어가 세계 2위 자동차용 에어컨·히터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이어 국내 1위 렌터카 회사인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이라고 하지만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간의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드시 KT렌탈 인수”

조 회장의 장남 조현식 사장은 최근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임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KT렌탈을 꼭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되고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렌터카 사업 전망이 밝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타이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KT렌탈을 인수하려 했던 일본 오릭스가 KT렌탈 본입찰을 포기했지만 한국타이어가 단독으로 KT렌탈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릭스의 중도 하차로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이 커졌지만 재무적으로 탄탄한 자회사를 중심으로 KT렌탈을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인수 주체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두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와 축전지 업체 아스트라BX다. 지난 28일 끝난 KT렌탈 본입찰에는 한국타이어 외에 SK네트웍스와 롯데그룹, IMM프라이빗에쿼티-MBK파트너스 컨소시엄, 어피니티, 에스에프에이-농협PE 컨소시엄 등 여섯 곳이 제안서를 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인수 가격을 9000억원대로 예상했지만 매각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높은 가격을 써낸 인수 후보 기업 몇 곳을 추려 최종 가격 입찰을 한 번 더 진행하면 KT렌탈 최종 매각가는 1조원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후계구도 정리 수순인가

IB업계에서는 한라비스테온공조와 KT렌탈을 인수하려는 게 조 회장의 지분을 2세들에게 넘겨주면서 복잡한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한국타이어 외에 신사업을 키워 타이어 부문과 비타이어 부문으로 분할해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을 중심으로 한 2세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와 KT렌탈의 연매출을 합하면 한국타이어와 같은 7조원대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 내 지분은 조 회장과 자녀들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지분율 23.59%)와 한국타이어(10.5%)의 최대주주다.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은 각각 19.32%, 19.31%로 비슷하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각각 0.65%, 2.07%로 미미하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해야 조 회장의 차녀인 조희경 씨(2.72%)와 같다. 장녀인 조희원 씨는 한국타이어 지분(0.83%)을 조현식 사장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지분율은 10.82%로 4대주주다. 계열사를 나눠 자녀들에게 승계하기 어려운 지분 구조인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타이어 사업에 비해 비타이어 사업 부문이 작아 비타이어 사업을 키우기 위해 한라비스테온공조와 KT렌탈 등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형제 간에 사업 부문을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효성그룹 분할 과정에선 장남인 조석래 회장이 효성그룹을 물려받고 차남인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를, 삼남인 조욱래 회장은 효성기계와 대전피혁을 받고 분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