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증여 붐] 10억 넘는 강남 B아파트 분양하니…3명 중 1명 "증여 위해 구입"
서울 강남지역에서 올 상반기 가구당 평균 12억원 선에 분양된 B아파트. 이곳 분양소장은 계약금을 낸 계약자 통계를 조사하다가 깜짝 놀랐다. 최저 10억원에서 최고 17억~18억원에 달할 정도로 분양가격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20~30대 계약자 비중이 29.5%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방문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량이 자녀 명의로 분양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증여를 목적으로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자산가 “쌀 때 증여하자”

시중은행 PB센터 등에선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한 부동산 자산가들의 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관련 상담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한 달 평균 110건 정도이던 증여·양도세 관련 상담이 올 하반기 들어 130건가량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을 예치해 둔 VIP 고객의 부동산 증여 관련 상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증여가 많아지고 있는 건 현금 증여보다 절세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장기간 경기침체로 상당수 부동산이 저평가돼 있어 지금이 증여하기 적절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분양 마케팅업체인 미드미D&C의 이월무 사장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와 이보다 앞선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축적한 부동산 자산의 일부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방안을 저울질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자산가 중 일부는 B아파트와 같은 고가 아파트를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하고 있다. 최근 고액 전세나 월세 세입자에 대해 세무 당국이 정밀 조사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임성환 알리안츠생명 WM센터 차장은 “고객들이 새 아파트를 증여하겠다고 문의하면 일부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시세 7억원 아파트를 대출 50%를 받아 산다고 가정하면 증여받는 자녀의 부담액은 3억5000만원이다. 이때 2억원가량 부모에게 증여를 받는다면 남은 1억5000만원은 자녀의 직장생활 수입 등으로 상당 부분 증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차장은 “2억원에 대한 증여세(1800만원)만 부담하면 세무조사 걱정없이 시세 7억원 아파트를 증여할 수 있다”며 “7억원에 대한 현금 증여(증여세 1억2150만원)와 비교하면 절세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상가·토지 증여도 증가

아파트보다 증여세 절감 효과가 큰 단독주택이나 상가 등의 증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 얘기다. 아파트는 매매시세가 그대로 증여세 기준으로 적용되지만 상가 토지 등은 과세 기준이 되는 기준시가(공시지가)가 대개 시세의 50%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PB센터 관계자는 “향후 자산가치 상승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상가나 토지 위주로 증여를 문의하는 사례로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증여하는 이른바 ‘부담부 증여’도 최근 유행하고 있는 증여 트렌드다. 부담부 증여를 하게 되면 현재 시세에서 전세금·대출금을 뺀 나머지 가액에 대해 증여받는 사람이 증여세를 납부하게 돼 세금이 줄어든다.

신한은행 투자자문부의 황재규 세무사는 “부담부 증여에서 채무액에 대해선 집을 물려주는 사람이 양도세를 내야 하는 만큼 증여세율(10~50%)과 양도세율(6~38%) 등을 비교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