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이 26일 아침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27일 오후 20년 만의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제공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이 26일 아침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길 직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27일 오후 20년 만의 부분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제공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26일 아침 출근길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주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권 사장의 출근길 호소문 배포는 지난 9월15일 정식 취임 후 이번이 세 번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이 3조2000억원을 웃도는 비상 상황인데도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7일 네 시간 부분파업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파업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강행하면 현대중공업의 1995년 이후 무분규 임금·단체협약 타결 전통은 20년 만에 깨진다.

권 사장은 이날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최근 회사가 매우 어려운 경영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회사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날 때까지 사장 급여 전액을 반납하겠다”며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정상화돼 이익을 많이 내면 (직원들에게) 그만큼 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경쟁사보다 많은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없고, 선박을 수주하더라도 원가가 높아 약 6~7% 손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회사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보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전체적으로 12.6%의 임금이 올라가고, 100%+300만원의 격려금도 지급된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지, 적당히 타협하고 편한 길 가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다”며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

“더 이상의 임금 인상은 제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권 사장은 “이것만 해도 회사는 많은 인건비 부담을 갖게 되는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파업은 회사 손실만 늘릴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벌어지면 민형사상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 가슴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노조의) 잘못된 판단으로 삶의 터전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회사가 하루빨리 정상화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