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중국 시장 가장 먼저 들어간 것 큰 의미"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쌀 시장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 LCD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무협 회장은 1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FTA 민간대책위원회 주최로 '한중 FTA 타결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쌀 시장을 위해 자동차, LCD라는 큰 시장을 양보한 측면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동차, LCD는 현지화 전략이 굉장히 강한 산업"이라며 "우리 기업이 중국에 큰 공장을 갖고 있고, 시설을 늘려가는 상황이라 전략적으로 (양허대상에서)제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와 LCD는 양국 모두의 양허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들 품목은 현행 관세대로 양국간 교역이 이뤄진다.

한 회장은 "쌀은 이미 관세화 쪽으로 (협상 기류가) 전환됐던 품목이고, 자동차 부분은 우리 기업도 예외적으로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관세 인하에 대해서는 한쪽이 의견을 제기하면 논의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앞으로 계속 검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양허 대상에서 빠진 것은 중국 현지 생산이 많은 국내 기업들의 현실과 관세가 철폐될 경우 세계적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국내로 유입될 것이라는 자동차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 역시 자동차를 최우선 보호(초민감) 업종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조치로 풀이된다.

한 회장은 한중 FTA가 과거에 타결된 한미 FTA, 한·유럽연합(EU) FTA와는 어떻게 다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중국은 현재 세계 2위, 2025년에는 세계 1위의 경제규모가 예상되는 나라"라며 "중국의 넓은 시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게 됐다는 의미가 있고, 동북아 시장의 안정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내수시장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이 커졌다"며 "지금까지 1년 단위로 주어지던 중국 주재 기업인, 기업체 직원들의 비자가 2년으로 확대돼 투자, 교역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회장은 협상팀의 노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이 맺은 9개 FTA 가운데 진정한 산업적 기반을 가진 나라와 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 중국쪽 우려가 많았다고 중국 기업인들이 이야기하더라"며 "양국 정상이 4번 이상 만나 포괄적이고 수준 높은 FTA를 연내에 조속히 타결지을 것을 끊임없이 약속한 것이 중국 기업과 협상 당국자를 움직이는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FTA 민간대책위원회의 대국민 성명과 기자회견에는 한덕수 무협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 FTA 민대위 공동위원장 5명이 참여했다.

허창수 회장은 "한중 FTA는 우리 기업이 좀 더 규모있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고, (거대)중국 시장을 국내 시장처럼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용만 회장은 "중국의 경제 규모, 양국 교역 관계 등으로 볼 때 우리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무역에 도움이 되는 비자 발급 절차 문제도 개선되는 등 성과가 좋은 협상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회장은 "한중 FTA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품목이 충분히 더 많다고 조사됐다.

최근 한류열풍 등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 선호도가 중소기업 제품까지 확대돼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불리한 품목은 정부와 협의해 대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원 회장은 "중국이 지금까지 맺은 FTA 가운데 금융부문이 별도의 챕터로 마련된 것은 처음"이라며 "은행 산업, 금융 산업 전체, 더 나아가 서비스 산업 전체 입장에서 한중 FTA가 도약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