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개인정보 유출, 재앙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정보가 비즈니스 기반이 되는 사업자일수록 이용자의 정보보호 시스템과 책임의식은 더 강할 것이라고 이용자들은 당연히 기대했다. 유감스럽게도 국정감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실망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한 SNS 사업자는 오히려 대법원 판례를 어기고 ‘감청 영장’을 친절하게 ‘압수수색 영장’으로 해석해 ‘이용자의 동의 없이 서버에 저장된 개인정보 자료’를 과잉 제공했다. 기차 회사가 버스표를 가지고 온 사람을 특실에 모셔놓고 온갖 과잉 친절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이동통신 3사 역시 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과잉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제공 의무가 없는 정보제공 요청서만으로 개인정보를 넘겨줬다. 더 문제는 같은 요청에 대해 포털은 거부해왔는데 이통 3사는 계속 과잉 제공해 2013년에 전년 대비 26% 늘어난 760만여명의 이용자 정보를 넘겼다. 판례대로라면 이통 3사는 무려 3조8000억원을 이용자에게 손해배상해야 할 잘못을 저질렀다. 당국과 기업의 천박한 수준,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사기관은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편의에 우선해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관련 기업은 최소한의 책임의식조차 팽개친 채 관계당국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제공해왔음이 드러났다. 최소한의 법률적 적정성 검토마저 생략한 채 개인정보를 ‘알아서 기는 식’으로 과잉 친절을 베풀어가며 제공해온 것이다. 기업이 외형적 성장 속도에 비해 이용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외형은 성인인데 의식은 걸음마 수준이라면 심각한 불균형이다. 기업의 수명도 문제지만 선의의 이용자들에게는 재앙 수준의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문제다.

빠른 기술 발전에 따른 관련 법률 정비도 시급하다. 그러나 역시 해결의 열쇠는 인식 전환이다. 당국부터 과거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우선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 수준에 따라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책임의식을 보여야 한다. 바로 그 인식의 차이가 사이버 망명으로 나타난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SNS 기업의 경쟁력은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이 좌우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보화 시대 국가경쟁력은 결코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전병헌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bhjun@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