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공공기관 경영실태 감사…승진·채용도 불·편법 만연
부실사업 강행·요금인상 부담전가로 경영손실 초래·공익성 저해


감사원이 7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 감사결과에서는 공공기관들의 인건비 방만 지급 사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부채 과다나 수익성 악화 등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건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면서 여전히 '신의 직장', '철밥통' 지위를 유지해온 것이다.

이번에 감사 대상에 오른 공기업들은 노사 간 이면합의, 예산의 편법·부당 집행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인건비를 꼬박꼬박 챙기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경제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하는가 하면, 이러한 방만 경영으로 인한 손실을 공공요금 인상을 통해 메우는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반복된 지적에도 방만경영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성이 결여된 행태를 계속하고 있었다"며 "근본적 개선없이는 정부 재정부담이 가중될뿐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이 지속적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부당지급 백태…노사 이면합의 심각 = 이번 감사결과 드러난 공공기관들의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 지급 행태는 온갖 편법과 부정으로 얼룩져있었다.

특히 경영진과 노조 사이의 이면 합의를 통한 인건비 과다 지급 사례가 두드러졌다.

기업은행 노사는 2009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부당지급해 온 통근비와 연차휴가보상금 등을 폐지 및 개선하고, 임금을 5% 삭감하기로 서면 합의했지만 별도로 통근비 등을 기본급에 편입하기로 합의하면서 2013년까지 무려 705억원을 과다지급했다.

이처럼 통근비가 추가되면서 기본급이 높아진 상태에서 임금을 삭감하다보니 실제 삭감률은 2.2%에 불과했다.

산업기술진흥원의 경우 지난해 1월 68명을 승진시키면서 승진 발령일은 2012년 3월부터 소급하는 것으로 노사가 합의, 인건비 상승분 9천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고, 지난해 11월 승진 인사를 하면서도 발령일을 8개월 전인 지난해 3월로 소급했다.

광주과학기술원의 경우 2012년 9월 노조와 정부의 인건비 인상률 기준(3.9%)을 준수해 인금을 인상한다고 합의하고 알리오에 공시까지 해놓고도 연구활동비 단가를 인상해 성과급 명목으로 임금을 추가 지급하겠다고 별도로 합의, 같은해 임원 연구활동비를 월 69만원에서 360만원으로 4배 인상하는 등 지난해까지 사업비 가운데 101억5천만원을 인건비로 집행했다.

통일연구원도 2010년 노사합의에 따라 근거없이 지급하던 능률제고수당을 폐지하라는 총리실의 지적을 받고도 노조와 별도 임금협약을 체결, 능률제고수당(월 8만원)을 기본연봉에 집어넣는 꼼수를 부려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억여원을 부당지급했다.

◇남는 예산으로 상품권·TV·태블릿PC도 편법 지급 = 고질적 관행에 따르거나 불법이나 편법을 이용한 인건비·복리후생비 과다지급 행태도 반복되고 있었다.

산업은행 등 10개 금융공공기관은 근무시간을 하루에 7∼7.5시간으로 짧게 운영, 초과근무수당을 과다지급했고, 수출입은행 등 6개 금융기관은 안식년 휴가 등 특별휴가제도를 계속 운영하면서 연 43억원의 연차휴가 보상금을 과다집행했다.

한국은행 등 5개 기관의 경우 의료비와 단체보험료 등 최근 3년간 204억원을 과다 지원했고, 기업은행 등 4개 기관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희망퇴직자에게 잔여급여의 최대 125%까지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최근 4년간 867명에게 1천772억원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215명을 파견하면서 월 해외수당을 5천21달러(약 535만원)을 지급하는 등 재외공무원의 월 해외수당 2천414달러보다 2배 이상 인상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역난방공사는 기타경비 예산 30억원을 이용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근거없이 임직원 모두에게 1인당 최고 70만원의 백화점 상품권 등을 지급했다가 들통이 났다.

석유공사도 2010년 투자자산 예산이 남아돌자 전 임직원에게 13억원 상당의 TV 등을 지급했고,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예산 잔액으로 2012년에는 7억원 상당의 태블릿PC를, 지난해에는 10억원 상당의 디지털카메라를 임직원에게 지급해왔다.

◇승진·채용도 점수조작·순위변경…불법 투성이 = 신입사원이나 인턴사원 채용 과정에서 불법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사학교직원연금공단은 2013년 인턴사원 채용시 서류전형 탈락자 24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처리하거나, 인턴사원 중 8명의 과제평가 점수를 조작해 신규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광고진흥공사의 경우 2012년 10∼11월 경쟁률 506대 1이던 5급 정규직 채용시 필기시험 순위표를 임의로 변경해 16명을 부당합격시킨 뒤 이 가운데 2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광물자원공사도 2012년 합격권 밖의 응시자의 면접점수를 조작, 부당 합격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실사업 경영손실 초래…공공요금 인상으로 부담전가 = 이처럼 방만경영이 심각한 공공기관들의 사업 성과가 부실한 경우도 많았다.

양적 목표달성에 치중해 사업성 검토를 부실하게 하거나 투자 기준을 느슨하게 운영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LH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231개 지구에서 총 317조6천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신규·진행 중인 135개 지구에서 6조1천억여원의 사업손실이 예상되고 있었다.

특히 감사원이 장기간 착공하지 못한 14개 손실사업을 점검해보니 수익성이 부족한데도 추진하거나 수요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사·중복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사업 전제조건이 변경됐는데도 재검토 없이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석유공사도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 석유기업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적정 자산가치가 3억여 달러인데도 이를 5억달러로 과다 평가해 이사회에 보고한 뒤 자산가치보다 더 많은 3억6천만달러에 인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공요금 등을 과다하게 인상해 비용을 전가, 국민이나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전가한 사례도 많았다.

주택금융공사에서 보금자리론 금리를 정하면서 대출규모 증가에 따라 수수료 등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0.35%로 계속 고정시키는 바람에 해당 공사의 영업이익은 180억원에서 3천66억원으로 급증한 반면 무주택서민은 이자를 과도하게 부담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