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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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수도권 남부 등 실수요자들이 선호할 만한 지역에 중·소규모 택지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재영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은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었지만 국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곳이 더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9·1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LH는 2017년까지 330만㎡ 이상 대규모 택지개발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규모 택지개발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개발법 공공주택법 등을 통해서다. 공급지역은 철저히 수급 상황과 선호도를 반영해 결정할 예정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곳에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남부 지역에선 여전히 택지 공급이 부족하고, 수도권 북부와 서부에선 공급이 수요를 웃돈다는 판단이다. 이 사장은 “서울과 가까운 곳에 기존 시가지와 연계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LH는 앞으로 상당수 택지지구 개발을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이익과 위험을 민간기업들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사장은 “LH는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고, 민간은 알짜 아파트 부지를 선점할 수 있어 ‘윈윈’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LH가 보유하고 있는 땅 중에는 숨은 알짜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LH가 요즘 내놓는 아파트 용지와 상업용지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파트 용지는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한다. 상업용지는 감정가격의 두세 배에 낙찰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운이 따르지 않으면 용지를 손에 넣기 어렵다. 그러나 대규모 복합개발용지, 연립주택 용지, 블록형 단독주택 용지 등은 여전히 팔리지 않는다. 여기에 기회가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이 사장은 “한 건설사가 테라스하우스 등으로 차별화한 연립주택을 짓기 위해 청라지구 연립주택 용지를 수의계약으로 사갔다”며 “차별화 아이디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기가 없는 수도권 서북부 신도시도 눈여겨보라고 이 사장은 조언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면 인기 신도시로 바뀔 수 있어서다. 이 사장은 “서울까지 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게 되면 무조건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LH 재고 토지는 급속히 팔리고 있다. 지난 19일 연간 판매 목표 11조7000억원을 벌써 달성했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판매목표를 달성한 직원은 보상하고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지는 판매목표 달성 경영계약을 31개 부서장과 1 대 1로 체결했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과감한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도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LH의 6월 말 기준 금융부채는 100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조원 감소했다. 2009년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성과를 반영해 9월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LH 신용평가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사장은 “24개월 안에 현재 A+인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