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문제제기…"러시아, MH17 이륙 수시간전 자국 항로 폐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피격에 앞선 '불길한 전조'였을까.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이 여객기가 피격된 우크라이나 동부는 이미 사흘전 지대공 미사일에 군수송기가 격추됐던 '위험지역'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정정이 불안해지자 러시아는 이 지역을 통과하는 자국 상공의 항로를 폐쇄시켰으나 우크라이나는 계속 열어뒀다면서, 격추된 말레이 여객기가 왜 러시아 쪽의 폐쇄된 항로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NYT에 따르면 여객기 격추 사흘 전인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안트노프(AN)-26 수송기 1대가 고도 2만1천피트 상공에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반군, 나아가 러시아 군대를 의심했다.

그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를 날던 헬기 등이 주로 희생물이 됐는데 그보다 높은 고도에서 수송기가 처음으로 사거리가 긴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다.

우크라이나 반군이 어떻게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을까 자연히 의문이 제기됐고,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을 받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가까이에 2개의 미사일 포병 중대를 주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N-26 수송기를 이들이 격추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여객기의 피격 하루 전인 16일 밤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수호이(Su)-25 기종 전투기 한 대가 교전 중 러시아 공군기에 의해 격추당했다.

이미 위험이 높아진 지역인데도 민항기들은 우크라이나 상공을 계속 오갔다.

항로가 완전히 닫힌 곳은 그 남쪽의 크림반도와 주변 해역 상공뿐이었다.

격추된 말레이시아 MH-17기가 날아갔던 L980 항로도 승인받은 항로였다.

국제항공기구가 민항기가 다니는 고도 3만3천피트는 안전할 것으로 봤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군사분석기관 IHS제인의 국방 컨설턴트인 에드워드 헌트는 NYT에 "실제 지구상의 많은 항공로가 불안한 지역 위를 지나간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고도 3만2천피트 이하를 민항기가 운항하지 못하도록 했을 뿐, 그 이상의 고도는 허용했다.

때문에 L980항로는 때문에 민항기들로 붐볐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14일 AN-26 수송기의 격추 후에도 영공을 닫지 않은 점, 그리고 말레이시아 항공과 유럽의 항공교통관제를 담당하는 '유로콘트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비행을 계속 허용한 점을 주목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항로를 계속 열어둔 것은 바보같은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와 가까운 러시아 상공에 민항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고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상공의 L980과 직선으로 연결되는 러시아 상공의 A87항로를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전투행위를 이유로 닫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조치는 말레이 여객기의 이륙 불과 몇시간 전인 16일 자정부터 발효됐다.

L980과 A87은 일직선상에 있었지만 러시아의 조치가 자국 상공인 A87에만 적용됐다는 것이다.

NYT는 피격 여객기는 결국 '폐쇄된 상공'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경고'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비행 계획이 당국의 승인을 받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