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동부제철 회생이 모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동부제철 회생이 모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동부제철이 자율협약 혹은 워크아웃 형태로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됨에 따라 동부그룹의 운명이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동부그룹이 장기적으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분리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비금융 계열분리 유력

[동부그룹 중대기로] 채권단 "동부 더이상 못믿어"…김준기 회장, 제조부문 포기할 수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금융과 비금융 부문 간 지분관계가 얽히지 않도록 분리해 이끌어왔다. 정부의 금산분리 정책을 성실하게 따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크게 보면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를 중심으로 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이 연결돼 있다. 금융계열사는 동부화재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그 아래 동부증권, 동부생명,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이 있다. 김 회장은 금융 부문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아들 남호씨(동부제철 부장)에게 일찌감치 넘겨줬다.

남호씨가 보유 중인 동부화재 지분을 놓고 금융당국·채권단과 동부그룹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 탓이다.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지만,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면서 추가 담보 여력이 생겼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비금융 부문은 포기하고 금융계열사만 지키려고 하면 대주주인 김 회장 일가는 경영 부실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게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김 부장이 보유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협약·워크아웃의 경우 채권단이 경영 주도권을 쥐면서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은 상당부분 제약을 받게 되는데, 금융계열사는 여기서 제외될 수 있다.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 돌입 후에도 이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될 전망이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김 부장이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동부그룹이) 적극 협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회장이 아들에게 지배권이 넘어간 금융부문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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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건설 추가 구조조정도

동부제철을 제외한 비금융계열사들은 정상기업인 만큼 동부제철의 채권단 관리체제 돌입이 곧바로 다른 계열사의 경영권이나 사업구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시차를 두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분관계, 채권·채무관계, 상거래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특히 채권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면 다른 계열사도 결국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등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쉽게 말해 동부 계열사들의 운명은 자산 매각 등의 자구노력이 얼마나 빠르게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예컨대 동부하이텍은 연 14% 금리에 6500억원을 빌려 쓰고 있다. 매각이 제대로 진행되면 그룹의 부담을 덜지만, 팔리지 않으면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동부발전당진 매각 여부는 이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동부건설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매각이 잠정 중단된 동부메탈도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로 거론된다. 금융계열사는 동부제철 채권단 관리의 영향권에서 일단 벗어나 있다. 동부화재는 손해보험 업계 2위(시장점유율 15%)로 매년 3000억원 안팎 순익을 내는 알짜 회사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국내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동부화재를 팔기로 하면 그룹의 유동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이상은/좌동욱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