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신규 판사 전원을 경력 법조인으로 선발하는 법관 임용 방식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일자 대법원이 의견 수렴에 본격 나섰다.

大法 '법관상속·逆전관예우' 막을 해법 찾는다
객관적 선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득권층의 입김이 작용해 ‘법관 상속’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법무법인(로펌) 출신 판사가 친정 편을 드는 ‘역(逆)전관예우’가 횡행할 수 있다는 본지 지적(5월14일자 A31면)에 따른 대법원의 후속 조치다. 대법원 산하 연구기관인 사법정책연구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다음달 초 잇따라 심포지엄을 열어 법관 선발 방식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정책연구원은 다음달 1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새로운 법조 환경에서의 바람직한 법관 임용 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연다. 법조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해 법관 임용을 둘러싼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새로 도입하는 판사 임용 과정의 불공정성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내년부터는 검사 변호사 등 법조 경력이 최소 3년(단계적으로 길어져 최종 10년)을 넘어야 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변호사 자격증 외에는 아무런 객관적 기준도 아직 나온 게 없다.

7대 로펌의 한 대표 변호사는 “대형 로펌엔 국회의원, 고위직 공무원 등으로부터 입사 청탁이 많이 들어온다”며 “앞으로는 법원도 이런 청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내년 판사 임용에서 고위직 자제 등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정성이 확보돼야 국민이 새로 임용된 판사를 비롯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광수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은 심포지엄에서 법관 임용 기준을 공개하거나 변호사평가위원회를 만들어 변호사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등 공정성 확보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격을 갖춘 검사 변호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법관 임용 시험을 치르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10년차, 3년차 법조인을 다른 기준에 따라 선발할 수도 있다”며 “3년차 경력자는 법관 임용 시험 등 객관적인 공개 채용 절차를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임용 방식이 기존 전관예우에 이어 역전관예우까지 야기해 ‘법피아(법조인과 마피아의 합성어)’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해소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법관이 되는 경우 자신이 일했던 로펌 소속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법정에 온다거나 변호사 시절 자문·수임했던 기업 사건을 담당하면서 ‘봐주기’ 판결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다음달 2일 심포지엄을 열어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한규 서울변회 부회장은 “공정한 법관 임용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