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설치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국내에 설치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24일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용 원자로 확장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원자로 기술을 유럽에 수출하는 것은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 지 55년 만에 처음이다.

이 사업은 델프트공대가 운영하는 연구용 원자로의 출력을 2㎿에서 3㎿로 높이고 냉중성자 설비를 추가하는 프로젝트로 계약금액은 1900만유로(약 260억원)다. 전기를 생산하는 상업원전과 달리 연구용 원자로는 나노 구조 분석과 신약 개발 등에 활용된다. 한국이 수주한 냉중성자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어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전 유성에 설치한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와 냉중성자 설비의 운영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본계약이 이뤄지면 2017년까지 설비 공사와 시범 운영을 완료하게 된다.

국내 원자력 연구는 1959년 미국에서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 상업용 원전을 첫 수출했고 같은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사업도 수주했다. 지금까지는 중동 동남아 등이 주요 수출 무대였다. 원전 선진국인 유럽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목 미래부 1차관은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원자로 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등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사업자 선정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네덜란드가 이르면 올해 말 국제입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팔라스(PALLAS)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김영기 원자력연구원 연구로기술개발단장은 “이번 수주는 정부 연구개발(R&D) 성과물을 사업화하고 해외에까지 수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팔라스 사업 입찰에서도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