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건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공직 사회의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는 강한 의지 표현이다. 정부는 개방형 직위의 민간 인재 영입을 늘리기 위해 인사혁신처에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관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이런 대책이 또 다른 ‘낙하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인 낙하산 줄 잇나

'官피아' 척결하려다 '政피아'만 늘리나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5일부터 퇴직 공무원의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 민간기업은 현재 3960곳에서 1만3466곳으로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를 통해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 취업제한 대상 영리 민간기업 명단은 25일 오전 9시부터 대한민국전자관보, 안행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17조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이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서 업무와 연관된 일정 규모 이상의 영리기업에는 퇴직 뒤 2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앞서 정부는 취업 제한기간을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퇴직 공무원의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를 소속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지난 17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23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퇴직 공무원들은 퇴직 후 3년간 소속 기관과 업무 연관이 있는 1만3466곳의 민간기업에 사실상 취업할 수 없게 된다.

'官피아' 척결하려다 '政피아'만 늘리나
하지만 이런 방침이 또 다른 낙하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부처 안팎에서 나온다. 퇴직 공무원의 민간 기업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그 자리를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여당 출신 정치인이나 권력 실세 측근 등이 공공연하게 상당수 공공기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간협회 관계자는 “정부에 로비하려는 기업과 이를 노리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간에 비해 낮은 연봉

정부는 총리실에 신설되는 인사혁신처에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개방형 직위 및 공모 직위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지금까지는 각 부처에서 선발시험위원회를 구성해 개방형 직위 인재를 선발함에 따라 ‘무늬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학계·민간기업 등 전원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선발시험위원회가 적임자를 선발해 각 부처로 보낼 것이라는 게 안행부의 설명이다. 위원에는 부처 공무원은 물론이고 전직 공무원 출신도 배제된다. 정부는 중앙선발시험위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은 사회일반, 경제·금융, 외교·안보, 교육·복지 등 4개 분야 전문가 100명 이상을 풀로 구성해 운영키로 했다.

문제는 우수한 민간 경력자들을 선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위 공무원단(1~2급) 평균 연봉은 각종 수당을 제외하면 5413만원이다. 비슷한 연배의 대기업 임원의 경우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들어온 민간 경력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민간 분야에 비해 낮은 처우”라며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으면 좋은 인재를 뽑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민간 임용자에 대해선 기존 직위 연봉의 170% 범위 내에서 가산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급으로 30%를 추가 지급하는 규정을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강경민 기자/박기호 선임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