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21일 오후 8시 5분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상삼리 금수원 정문.
굳게 닫혀있던 철문에 '김기춘 실장, 갈데까지 가보자!!!', '우리가 남이가!'라고 걸린 현수막 너머 앉아있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20여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옆으로 비켜섰다.

금수원 내부에서 시작된 웅성거림과 갑자기 나타난 헬기 소리에 구원파 측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나즈막히 흘러나오던 찬송가도 묻혔다.

정문 앞 공터에 앉아 대기하던 취재진과 시민 등 100여명이 일제히 일어서 정면을 주시했고 굳게 닫혔던 철문이 검찰 수사관들이 들어간 지 8시간 만에 열렸다.

네 줄로 늘어서 도주자를 차단하고 취재진의 진입을 막던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대 100여명이 길을 터놓자 검은색 승용차를 선두로 미니버스와 서울지방교정청 호송버스 등 차량 8대가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과 시민, 경찰이 뒤엉켜 인천지방검찰청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의 출발이 잠시 지체되기도 했지만 이내 모두 금수원을 빠져나왔고 경기지방경찰청 기동대도 자리를 정리했다.

정문 옆 언덕에 올라 말없이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구원파 신도들도 고개를 돌려 금수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찰은 이에 앞선 정오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장남 대균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유 전 회장 일가의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을 압수하기 위해 수사관 80여명을 금수원으로 보냈다.

구원파 측은 오대양 집단자살사건 등과 자신들이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져 명예가 회복됐다며 검찰의 진입을 막지 않아 우려했던 공권력과 신도 간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수사관 일부가 금수원에 진입한 지 3시간여가 지나 압수품이 담긴 박스 한 상자를 갖고 나오기도 했지만 압수품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기동대와 취재진이 모여있는 정문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고 보수단체 회원 2명은 플래카드를 들고 이곳을 찾아 "유 전 회장 일가를 뿌리 뽑으라"고 외쳤다.

신도 50여명은 이러한 소란에도 철문 안팎에 둘러앉아 검찰의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찬송가를 불렀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진행된 기대를 모았던 검찰의 수색은 8시간 만에 싱겁게 막을 내렸고 금수원은 세월호 사건 이전처럼 평안한 모습을 되찾았다.

(안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