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인력 120명에 불과…"통합 관리체제 불안해져"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설비 유지·보수 업무 상당수를 외주화해 일부 분야의 외주 업체 직원 수가 서울메트로의 4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메트로 안팎에서는 이처럼 '과도한' 외주화로 통합 관리체계에 이상이 생겨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일 서울메트로와 노조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설비(시스템) 유지·보수 부문의 핵심 업무로 볼 수 있는 ▲차량기지 구내 운전 ▲전동차 경정비 ▲모터카 운전 ▲스크린도어(PSD) 운영 등 4가지 업무를 외부 민간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외주 업체가 맡은 4가지 업무의 총 정원은 472명으로 서울메트로 소속으로 설비 업무를 맡은 인력 120명의 4배에 육박한다.

서울메트로가 외부에 위탁한 설비 업무는 11개로 이들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까지 모두 합치면 외주 인력은 훨씬 더 늘어난다.

서울메트로는 현재 ▲정보화 시스템 ▲지상부 급전선 보수 ▲신호설비 ▲냉방설비 유지 ▲소방설비 관리 ▲에스컬레이터 관리 등을 외부에 맡기고 있다.

업무 외주화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경비 절감을 위해 추진된 '창의혁신프로그램'으로 급격하게 진행됐다.

당시 계획된 설비 분야 민간 위탁안 가운데 전동차 중정비 분사안을 제외하고 모두 계획대로 추진됐다.

그러나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이후 지하철 운행에서 운전 다음으로 중요한 설비 유지·보수 업무가 지나치게 외주화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외주 업체 인력 급증이 지하철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해쳐 결국 열차 추돌 사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추돌 사고는 신호기 오류가 주원인이었고, 오류의 원인이 된 신호연동장치 데이터 수정 작업은 외부 민간업체가 맡았다.

데이터 수정 2시간 뒤부터 신호 체계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서울메트로는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고, 사고 발생 14시간 전에 이를 알아챘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당시 상왕십리역에서 여러 번 열리고 닫히면서 문제를 일으킨 스크린도어(PSD) 관리 업무도 외주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번에 데이터 입력으로 오류를 일으킨 업체는 그 업무와 관련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잘못이 발생해도 우리 직원이 알아차리기가 어려웠다"며 "외주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많은 부분에서 통합관리 체제가 불완전해졌다"고 말했다.

외주 업체들의 업무를 쪼개 재하도급을 주는 관행도 지하철 안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흥주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 객원연구원은 "서울 지하철은 신호와 전기 부분을 많이 외주화했고, 외주 업체 직원들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소통과 기술이전이 힘든 상황"이라며 "비핵심이라고 치부하고 아웃소싱하려다가 지하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