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서울대 차기 총장 후보가 5명으로 압축됐다. 3일 ‘컷오프’ 성격의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소견 발표를 통해 12명의 후보 대상자 중 7명이 탈락했다. 이날 추려진 예비 후보자 5명은 이달 말까지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게 됐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 초대총장 선출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총추위와 이사회의 선택이다. 그간 직선제 방식 총장 선거에선 전체 교직원이 참여하는 직접투표가 향방을 갈랐다. 그러나 서울대 역사상 첫 간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후보평가에서 1순위에 올라도 총장직을 보장받을 수 없다. 총추위와 이사회가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장 예비후보자 5명으로 선정된 (왼쪽부터) 강태진 김명환 성낙인 오세정 조동성 교수. / 한경 DB
서울대 총장 예비후보자 5명으로 선정된 (왼쪽부터) 강태진 김명환 성낙인 오세정 조동성 교수. / 한경 DB
◆ 차기 총장은 누구? '장외 PR' 효과 봤나

서울대는 3일 비공개로 진행된 총추위 소견 발표를 통해 △강태진 전 공과대학장 △김명환 전 자연과학대학장 △성낙인 전 법과대학장 △오세정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조동성 전 경영대학장 등 5명을 후보자로 선정했다.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예선 탈락한 가운데 장외 PR까지 나선 오세정 전 원장, 조동성 전 학장은 본선에 진출했다. 오 전 원장은 지난달 초 네이버의 문화과학 강연프로젝트 ‘열린연단’에, 안중근의사기념관장을 맡고 있는 조 전 학장은 안중근 의사 순국일인 3월26일 공중파 뉴스 대담 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해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같은 단과대 교수들이 ‘겹치기 지원’을 하면서 전개된 치열한 내부경쟁은 일단락됐다. 무려 4명의 교수가 출사표를 던진 공대는 강 전 학장이 살아남았다. 성 전 학장과 조 전 학장은 각각 2명씩 후보를 낸 법대와 경영대에서 후보군에 홀로 포함됐다. 자연대는 오 전 원장과 김 전 학장이 함께 컷오프를 통과했지만 오히려 본선에선 표가 갈릴 우려도 있다는 평도 나온다.

오 전 원장과 성 전 학장은 지난 2010년 총장선거에서 오연천 현 총장과 함께 후보 3인에 포함됐다. 4년 만의 총장선거에서도 본선 진출에 성공, 총장직에 재도전했다. 특히 성 전 학장은 총추위 소견발표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1순위=선출' 장담 못한다… 정책 승부수

누가 차기 총장으로 낙점 받을진 안갯속이다. 후보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아 1순위에 올라도 총장이 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 직선제 방식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전체 교직원 직접투표로 1·2순위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올리는 그간의 국립대 총장직선제 방식에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1순위 후보자가 총장이 되곤 했다. 반면 간선제에선 누가 총장이 될지 점치기가 어려워졌다. 총추위 변수에다 이사회 의중도 중요하기 때문.

예비 후보자 5명은 교직원 244명이 참여하는 정책평가(40%)와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총추위 평가(60%) 점수를 합산해 최종 3명을 선정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정책평가단은 후보에게 최저 13.33점(하)에서 최고 40점(상)까지, 총추위는 최저 30점에서 최고 60점까지 부여할 수 있어 총추위 비중이 큰 편이다.

이 과정을 거쳐 이사회에 3명이 추천되면 마지막 1명을 가려내는 총장 선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의 권한이다. 간선제 방식을 택하고 있는 주요 사립대의 전례를 살펴보면 이사회가 1순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하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황인규 서울대 총추위 위원장은 “이사회에 최종후보 3명을 추천할 때 순위는 공개하지 않는다” 면서도 “다만 후보들에 대한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는데, 보고서를 보면 어느정도 순위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하지만 직선제와 달리 1순위가 꼭 총장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총장 후보가 제시한 정책 등 이사회가 중시하는 기준에 따라 최종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