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리스 개인정보 도지사에 보고하라고?…국회發 '황당 규제법안'
박근혜 대통령이 ‘암덩어리’ ‘쳐부술 원수’ 등의 격한 용어를 동원해 가며 규제 개혁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고 기업 경영권을 침해하는 등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외치지만 입법부는 오히려 규제를 양산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당 법안 수두룩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9대 국회가 시작된 2012년 5월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규제 법안을 분석한 자료를 17일 내놨다. 사육곰을 국가가 매입하도록 한 ‘사육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 연예인과 운동 선수는 주류광고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황당한 규제 법안이 포함돼 있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사육곰관리특별법은 불법 웅담 채취 등으로 동물 학대를 당하는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해 사육곰의 증식을 금지하고, 사육농가가 원하면 국가가 사육곰을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은 “사육곰을 국가가 매수해 직접 관리한다는 황당한 내용으로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이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류광고에 출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홍보라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연예인 등의 직업 선택 자유도 침해한다는 게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지적이다.

◆소비자 권익 침해도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법안도 많았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렌트회사나 리스회사가 자동차를 1년 이상 빌린 사람의 정보를 시·도지사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게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의 설명이다.

같은 당 박성호 의원이 발의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개정안’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면 금액과 상관없이 재산 증명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300만원 이상을 빌릴 때만 소득·재산 및 부채 상황을 서류로 낸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교통안전법 개정안’은 자동차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블랙박스를 설치하도록 했고, 운전자는 사고영상 등을 일정 기간 마음대로 지울 수 없도록 했다.

◆기업 경영권은 ‘나 몰라라’

법안 발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 사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공공기관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업에 장애인 운동경기부를 의무 설치하고 체육 지도자를 두도록 했다. 김 의원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를 지냈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법안도 많았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계약 기간을 최대 6년간 보장해 준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사실상 6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