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따른 영토 통일성 보장해 달라"

우크라이나가 동남부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리주의 움직임과 관련, 2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최고 라다(의회)는 이날 크림 자치공화국 내 친(親)러시아계 주민들이 새로 들어선 친서방 성향 중앙정부에 반발해 시위를 계속하고 무장세력들이 공화국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 공항 등을 점거하는가 하면 공화국의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까지 결의하는 등 분리주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같이 요청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채택한 결의를 통해 유엔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소집해 크림 사태를 점검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훼손됐을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적 통일성을 침해하는 징후로 간주될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내의 분리주의 움직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도 요구했다.

결의는 이밖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인접한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군대를 이동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는 이같은 결의를 발표하면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보증 국들이 크림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에 대한 안보리의 모니터링이 실현되도록 힘써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난 1994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미국, 영국 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보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각서 서명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일성을 보장해 주기로 약속한 문서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정치·경제적 안정화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발언들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외무부는 또 성명에서 실각 후 도피중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러시아가 제기한, 우크라 기존 야권의 정국위기 타개 협정 파기 주장을 반박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야권은 앞서 지난 21일 조기 대선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과도 내각 구성 등에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후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수도 키예프를 떠나 도피 길에 오르고 기존 야권 중심의 의회가 권력을 잡으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야권이 협정을 어겼다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야누코비치가 먼저 협정에서 합의한 '2004년 헌법'(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 복원에 대한 의회 결의에 서명하길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야누코비치 축출은 중요한 시기에 그가 스스로 수도 키예프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크림 자치공화국의 분리주의 움직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이날 외국의 일부 지역을 자국으로 병합하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과 옛 소련권 국가에 거주하는 러시아계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러시아 국적을 부여하는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