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시장 '빅뱅' 인터뷰③]장기철 세븐일레븐 상품부문장 "가장 싼 한끼식사·생활용품 PB존 갖춰야 산다"
[ 노정동 기자 ] "가장 선진화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일본은 지금 도시락 등 가정 간편식에서 차별을 꾀하고 있는데 그 저변의 핵심은 바로 가격경쟁력이에요. 그래서 한국도 먼저 동네부터 가장 싼 한 끼 식사와 생활용품을 제공할 수 있는 자체브랜드(PB) 존(zone)을 만들어 '합리적인 지갑'을 열게 유도해야 합니다."

장기철 코리아세븐 상품부문장(56·사진)은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근거리 소량 구매',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존' 등을 미래 편의점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여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 비중을 염두에 둔 판단이다.

장 부문장은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나와 롯데햄우유에 입사, 이곳에서 마케팅 팀장을 역임한 후 롯데마트로 자리를 옮겨 생활용품팀장과 마케팅실장, 상품3부문장 등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08년부터 지금까지 7년째 코리아세븐에서 일하며 '편의점 빅뱅' 시대를 맞았다.

▶올초부터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잇따라 '내실경영' '질적성장'을 선언한 상태다. 양적성장은 끝난 것인가.

"더이상 양적 성장은 의미가 없다. 이제는 차별화된 상품과 마케팅 역량으로 고객수 증대를 꾀해야 할 때다. 내실 경영으로 점포당 매출 향상에 집중하는 것은 어느 업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편의점의 향후 경쟁력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뚜렷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근거리 소량 구매'가 키워드가 될 것이다. 우리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1인 가구 비중이 매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특징은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한다는 것이다. 편의점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형마트나 다른 유통 업태에 비해 접근이 용이하고 제품이 소량화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편의점은 종합쇼핑채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편의점들은 담배 매출에 기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평균 40%가 넘는다. 한 가지 품목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제는 편의점 푸드(간편식)가 담배를 대신할 편의점 대표 품목으로 성장할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물가상승 등의 사회 현상으로 편의점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졌다. 편의점 푸드는 저렴한 한끼 식사고 시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식사대용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출도 매년 두배 가량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편의점 푸드에 대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가.

"HMR(소규격 가정간편식)의 상품 구성을 보다 다각화하고 전문화하는 것이다. 편의점 푸드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또 고령화시대와 1인 가구 증가 등 노년층이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강관련 식품과 생활편의용품 중심으로 특화존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됐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편의점도 일본의 모습을 쫓아갈 것으로 보는가.

"우리나라 유통시장과 일본의 환경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더 촘촘한 유통채널 구조를 갖고 있다. 편의점, 슈퍼마켓, 대형마트, 백화점에 소셜커머스까지 있다. 소비자 요구에 따라 업태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취급하는 상품도 유사하게 변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유통채널이 부족한 일본에서는 편의점이 슈퍼나 마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일본 편의점의 상품구성과 트렌드 등은 참고할 만하다."

▶자체브랜드(PB) 상품은 거를 수 없는 유통업계의 흐름인데 향후 PB상품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PB상품의 구성비율은 30%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일본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테고리별로 PB존을 구성해 타상품과 별도로 모음전도 열고 있다. 앞으로는 PB도 고급화 전략을 구사해 프리미엄급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