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의 습기를 잔뜩 머금은 동풍이 태백산맥과 만나 생긴 눈구름의 영향으로 강원 영동과 경북 울진 지역에 나흘간 최고 90㎝가 넘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이번 폭설로 도로가 끊겨 산간마을이 고립되고 휴교에 들어가거나 개학과 졸업식을 연기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 오후 11시30분까지 나흘간 내린 눈은 진부령·미시령 98.5㎝, 강릉 90.5㎝, 속초 57㎝, 동해 51㎝ 등이다. 경북 지역에서도 울진에 6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는 등 곳곳에 40㎝ 안팎의 많은 눈이 내렸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한반도 주변으로 기압계가 조밀해지면서 동풍의 강도가 세져 강원 영동과 경북 산간 지역에 눈폭탄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나흘간 폭설로 인해 강원 영동과 경북 지역에서 비닐하우스 100여동 등 크고 작은 시설물의 붕괴 신고가 속출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미시령동서관통도로 미시령터널 전방 300여m 지점에서 3t 가량의 눈이 쏟아져 내리면서 양방향 통행이 모두 통제됐다. 폭설 피해 규모는 눈이 그치고 각 시·군의 피해조사가 이뤄지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폭설로 강원 산간마을을 오가는 시내버스 30여개 노선이 단축 운행됐다.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산간 지역은 제설작업이 더디게 진행돼 고립된 산간마을이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와 동해안 지역 각 시·군은 1000여명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쌓인 눈의 양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삼척 등 5개 시·군 41개 초·중·고는 10일 휴교하기로 했다. 강릉 율곡중과 삼척 장원초교 등 10개 학교는 개학과 졸업식을 연기했다.

이번 폭설은 강원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10일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추가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강원 동해안은 10일 늦은 밤까지 10~30㎝, 경북 지역은 5㎝가량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