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이냐 쌍발이냐…KF-X '엔진전쟁'
‘쌍발이냐, 단발이냐.’ 한국형 차기 전투기 개발사업(KF-X·보라매사업)에서 엔진 개수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쌍발 엔진의 전투기를 원하는 공군과 단발 엔진이 더 낫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무장 능력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군의 안보논리와 방위력뿐만 아니라 수출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KAI 등의 경제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KF-X는 6조~8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0년대 중반까지 현 주력 전투기인 F-16 성능을 높인 한국형 차기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9일 “4월에 개발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하고 6월에 우선협상 대상 업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이달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어 엔진 개수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공군은 F-16을 2020년부터 도태시키기 시작,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전량 KF-X로 교체할 예정이다. 당초 KF-X는 공군의 요구에 따라 쌍발 엔진이 유력했다. 엔진 두 개를 단 전투기는 하나를 단 전투기보다 추력(밀고 나가는 힘)이 커 보다 많은 무장을 할 수 있고, 향후 성능 향상을 위한 개조도 쉽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11년 공군과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반영해 쌍발 엔진 모델 C-103을 제안했다.

그러나 개발비용과 수출 등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작년 6월 “ADD 모델은 제작비가 최대 2조원 더 들고 개발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F-16 제작사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함께 기존 전투기를 개조해 개발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사업자가 될 것이 유력한 KAI도 사업성을 이유로 단발 엔진을 제안했다.

KAI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은 단발 엔진 전투기 F-16의 생산을 2016년께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F-16이 전 세계적으로 3000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전투기이고 이와 비슷한 전투기를 개발해야 수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국이 F-16 도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최대 180조원(F-16 대당 가격 600억원×3000대 예상) 규모의 미들급 전투기 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게 KAI 측 전망이다. 록히드마틴에서 자체 개발한 첨단 전투기인 F-35 등과 경쟁기종이 될지 모를 쌍발 KF-X에 기술을 제대로 이전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쌍발 엔진 개발의 걸림돌이다.

공군은 반발하고 있다. KF-X가 차기 공군의 ‘미들급’ 주력 전투기로 쓰이는 만큼 대북 억지력 확보와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성능 좋은 전투기’를 개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