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엠블럼은 '청 · 황 · 흑 · 녹 · 적' 다섯 가지 색상의 원이 고리로 연결돼 5대륙 즉, 세계(World)의 이니셜 W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원은 차례대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를 상징하고요.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했으며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 하계올림픽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같은 역사를 지닌 올림픽 엠블럼이 청말띠해 갑오년 2014년 2월 7일 현지시간 20시 14분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옥의 티’ 또는 ‘촌사’ (寸事-작은 사고)의 원인이 돼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네바퀴 오륜기' 소치올림픽이 2018 평창에 던지는 것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첨단 기술을 통해 동계올림픽의 밑바탕 ‘눈꽃’ 형상을 펼쳐 5개 동그라미를 그리다 맨 오른쪽 눈꽃이 피어나지 않고 그대로 남은 것입니다. 때문에 소치올림픽기는 ‘다섯 바퀴’ 아닌 ‘네 바퀴’로 바뀌고 말았고요.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여러가지 ‘뒷말’과 ‘해석’을 남겼습니다.

이는 “무려 500억달러나 투입한 대회에서 발생한 ‘촌사’치고는 작지 않다”고 조롱 섞인 말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국내 인터넷 언론에서도 관련한 기사를 수 없이 쏟아냈고요. 특히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고의가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적’ 해석도 제기된 형편입니다. 공교롭게도 원을 구성하지 못한 채 눈꽃으로 그대로 남은 게 ‘아메리카’ 대륙을 상징한 까닭입니다.

미국 등 서방측이 '러시아의 동성애자 인권문제’를 거론한데 대해 러시아측이 고의로 그랬다는 시각인데요. 이는 하지만 ‘촌사’가 생겼을 때 TV에 비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밝지 않은 표정으로 보아 ‘턱도 없는’ 억측으로 보입니다. 이날 개막식 연출자 콘스탄틴 에른스트도 "원래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실수를 일부 인정하기도 했고요.

상황이 이러함에도 올림픽기의 일원으로 피어나지 못한 눈꽃의 상징 아메리카 대륙은 러시아가 1867년 미국에 7200만 달러라는 '헐값'에 팔아넘긴 알래스카에서 남쪽으로 쭉 뻗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날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 에러사태는 인터넷에서 과거 올림픽대회 개막식 행사에서 벌어진 각종 해프닝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는데요. 예컨대 4년전 2010 밴쿠버동계 대회에서는 성화를 점화할 때 5개 기둥 중 1개에 불이 붙지 않은 일이 벌어졌지요.

또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에선 성화 점화 때 천장으로 쏘아 구성한 입체영상에서 ‘윈도’에서 오류를 나타내는 이른바 ‘블루스크린’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개막식 해프닝 가운데선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개막식의 ‘비둘기 성화대 분사 사태’도 빠지지 않습니다.
/사진=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사진=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처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당시 ‘평화의 상징’으로 불린 하얀 비둘기 수천마리를 날렸는데 이 중 일부가 날아가지 않고 성화대 주변에 앉아 있다가 성화를 점화할 때 타 죽은 것입니다. 권위주의 정권이 당시 보도를 통제한 (?) 탓인 지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신에서 이를 크게 다뤘다고 합니다.

유튜브에는 여전히 관련 동영상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이 사태는 ‘동물보호 논란’을 부르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았던 모양입니다.이번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발생한 ‘오륜기 네바퀴 사태’는 4년 후 2018년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는 생각입니다.

‘6시그마 올림픽’이 바로 그것입니다. 6시그마는 기업들이 추진하는 완벽한 품질을 위한 혁신 운동을 일컫는데요. 100만개의 제품 중 불량품이 거의 없는 수준인 3.4개로 줄인다는 것이 6시그마의 핵심입니다.

올림픽에서 아무리 좋고 훌륭한 것을 많이 준비하고 보여주더라도 국제적으로 엄청나게 부각되는 것은 작은 실수 하나라는 것을 이번 소치올림픽이 보여줍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