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vs 김황식…'빅매치' 성사되나
10여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3일 귀국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 후보 간 경선이 ‘빅 매치’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서울 탈환을 목표로 세운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 의원-김황식 전 국무총리-이혜훈 최고위원’의 3자 경선 구도를 통해 선거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당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면 당의 견해를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지금 거의 30년에 가까운 정치생활을 하면서 정치 탁류에 몸을 던지는 것을 한 번도 두려워한 적은 없다”며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면 진지하게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출마 결심에 장애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장애물은 별로 없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서울시민이 결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당내에선 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앞서 정 의원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인 지난달 21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정 의원은 경쟁자로 꼽히는 김 전 총리와의 경선 가능성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고생을 많이 했다”며 “경선이라는 것은 힘을 합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도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전 총리를 만나 선거 출마를 공식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에서 예를 갖춰서 요청하면 (김 전 총리가) 오실 것 같다”며 “김 전 총리가 이달 10일께 미국으로 가신다고 하니 그 전에 한번 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이어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다만 당내 원칙상 경선을 거쳐서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에선 이번 지방선거의 승부처가 될 수도권 지역의 승리를 위해 현역 중진의원 차출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수도권은 상징성 때문이라도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지역으로 당의 필승 후보인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중진으로 꼽히는 분은 정 의원(서울), 남경필 의원(경기지사), 황우여 대표(인천시장)”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한번 국회의원이 됐으면 ‘내가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중진 차출론을 반박했다. 남 의원도 “경기지사에 뜻이 없다”며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