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STX조선해양 대표 "대우조선 회생 노하우 살려 STX조선 꼭 정상화 시킬 것"
“채권단이 대표직을 제의하면서 독자적인 생존 능력을 갖춘 조선사로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대우조선해양을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노하우로 STX조선해양을 채권단 자율협약(공동관리)에서 이른 시일 내 벗어나게 하겠습니다.”

정성립 STX조선해양 신임 대표이사 총괄사장(63·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STX남산타워 집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재무위험만 덜어준다면 흑자전환을 자신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6일 경남 진해 STX조선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선임됐다.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차분히 회사 상황과 회생 방안을 설명했다.

◆대우조선 이어 STX조선 회생 중책


정 사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은행과 동해조선공업을 거쳐 1981년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영업담당 이사와 인사담당 상무, 관리본부장(전무)을 거쳐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00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조선을 2001년 8월 졸업시킨 주역이다. 채권단이 지난 7월 말부터 자율협약에 들어간 STX조선의 회생을 맡긴 이유다.

정 사장은 현재 STX조선은 과거 대우조선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건실했던 대우조선은 그룹 리스크 때문에 무너졌지만 STX조선은 자체 경쟁력 약화와 부실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또 “당시 대우조선은 오일쇼크 등 여러 고비를 넘긴 경험이 있었던 반면 STX조선은 2000년 들어 호황을 누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한 방으로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위기대응 능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직접 와서 보니 원가관리 등 내부관리 시스템이 너무 허술해 이대로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또 “생산성을 5% 높이기는 아주 힘들지만 50% 높이기는 오히려 쉽다는 말이 있다”며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대표적인 개선점으로 외주 중심의 생산 시스템을 들었다. 이 회사는 선박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조립설비의 90%가량을 외주사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STX조선이 이른바 ‘탑재 중심의 조선사’로 불린 까닭이다. 정 사장은 “외주 비중이 높으면 시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기술 노하우를 쌓기 힘들고 물류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깨 힘 뺀’ 수주 전략 제시

외주 개혁을 역설한 정 사장은 영업(수주) 전략도 완전히 새로 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STX조선이 스스로를 조선 빅4로 부르며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과 경쟁하려 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빅3가 아닌 현대미포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사 및 중국 조선사들과 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선박 종류나 크기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 수주에 나선 것이 부실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백화점식 수주’를 지양하면서 5만~7만t급으로 중형인 컨테이너선, 벌크선, 유조선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다만 어렵게 시장을 뚫었고 셰일가스 열풍 등으로 전망이 밝은 액화천연가스(LNG)선은 예외로 크기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 쪽도 당분간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고부가가치 시장이긴 하지만 새로 진입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정상화되면 추진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몸을 최대한 낮추고 내실을 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 다롄조선소 처리 문제에 대해선 “채권단이 중국 측과 협의해 경제논리 등 순리대로 처리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사장은 “조선 시황이 살아나고 있어 과거 문제만 해결되면 정상화 시기는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