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금융비전인 ‘금융경쟁력 강화 방안’을 6개월간 산고 끝에 어제 내놨다. 금융권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실물과의 융합성장을 통해 금융의 GDP 비중을 현재 7%에서 10년 뒤 10%로 끌어올린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영업규제의 네거티브 방식(원칙 허용, 예외 금지) 전환,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 금융한류 확산 등 9가지 세부 목표를 담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경쟁 압력을 통해 금융산업을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제조업은 일류인데 금융은 삼류라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금융허브, 금융중심지를 내걸었지만 지난 10년간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로 일관한 금융이다. 은행은 예대마진에 목을 매고, 증권은 위탁수수료가 수익의 절반인 행태도 변한 게 없다. 게다가 툭하면 금융사고가 터질 만큼 허술하고, 해외에 나갔다 하면 비싼 수업료만 치르기 일쑤다. 뜬구름 잡는 구호를 외치는 동안 한국 금융은 기본기도 못 갖추고 안방에서 이전투구를 벌여왔다.

그런 점에서 금융위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금융 경쟁력은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다. 근사한 구호나 국제금융센터 신축으로 금융허브가 되는 게 아니듯이, 정부가 장밋빛 비전을 내놓는다고 금융이 선진화될 리 없다. 역대 정권마다 네거티브 규제완화를 외치지 않은 경우도 없었다. 그러나 관료들은 규제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고, 혹여 문제가 생기면 곧장 더 큰 규제로 회귀해왔을 뿐이다. 금융이 붕어빵이고 우물안 개구리가 된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은 서슬 퍼런 금산분리로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 등 2금융권까지 주인 없는 금융회사로 만들려는 판국이다. 이런 환경에서 무슨 혁신이 일어나겠는가. 금융 경쟁력은 곧 사람에 달렸다. 민간의 창의가 발휘돼 그곳에 돈이 몰리고, 그 결과 더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야 결과적으로 생기는 게 경쟁력이다. K팝과 한류드라마도 정부가 잘해서 성공한 게 아니다. 불법·불공정행위만 아니라면 차라리 금융을 내버려 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