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00시대 이끈다 6]  '청개구리 경영'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 "시류와 반대가 정답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56 · 사진)은 평소 '반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란 말을 자주한다. '반대'라는 단어에는 역발상을 강조하는 그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강 사장은 남들이 주식을 팔 때 사고, 비주력 사업에 주력한다. 경쟁사들이 인력을 줄일 땐 직원을 뽑고, 온라인 시대에 현장을 중요시한다. 26년 동안 금융업계에 몸담은 '베테랑 증권맨'의 투자 및 경영 비법이다.

그가 지난해 2월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업무 관행 뒤집기다. 직원 평가 시스템을 '고객 수익률' 기준으로 바꿨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면 고객이 자연히 늘 것이란 판단에서다.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이 특화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해당 사업의 비중을 낮추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강 사장의 '청개구리 경영'은 빛을 발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굿모닝증권을 인수한 이후 10여년간 이어졌던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업계 8위에서 2,3위 권으로 뛰어올랐다.

"1998년 외환위기 시절 압구정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고객 수익률을 100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고객수익률을 올리면 회사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많은 업체들이 잦은 매매를 권하며 회사 이익에 집중할 때 우린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했습니다. 이것이 신한금융투자의 강점입니다."

강 사장은 신한금융투자의 변화가 업계 전체에 퍼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만나 그가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증시 2000시대 이끈다 6]  '청개구리 경영'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 "시류와 반대가 정답이다"
◆ 이번 위기는 다르다

"이제 한국 증시 성장은 한계에 온 것 같습니다. 그간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강 사장은 최근 증시 침체가 과거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급력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과거 금융위기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거나 특정 시기의 문제였다면 글로벌화가 진전된 현재 위기는 전 세계 공동의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풀기 어렵죠. 더 이상 예전같은 양적 성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강 사장은 개인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앞으로 개인 고객은 돈이 없어지고 법인 고객은 돈이 많아지는 추세가 될 것" 이라며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들의 투자 의욕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로 경영난에 빠진 동양증권 사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일정 부분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개인들의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증권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 아군을 적으로 삼았다

강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회사 매출의 68%에 달했던 주식 브로커리지 비중을 50% 밑으로 줄이고 있다. 회사의 가장 큰 수익 창출 사업의 축소에 나선 것. 증시 침체를 염두에 두고 자산 영업, 파생상품 판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리테일 부문에선 자산관리 사업모델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딩 부문은 세일즈와 트레이딩 그룹으로 개편해 금융상품 제조 및 상품판매 지원을 강화했죠. 전 사업 부문이 각각 업계 톱5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인력 감축 대신 직원 충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지만 우린 오히려 인력 채용에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늘려 '상품전략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직원 교육을 담당할 '직원경쟁력 강화특별위원회'를 개설해 '프로 금융인' 배출에도 힘을 쏟고 있어요."

◆ 트러스톤서 길을 찾았다

강 사장은 트러스톤 자산운용사의 펀드 가입 고객이다. 해당 펀드는 7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2개월 간 8.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신한금융투자의 미래를 트러스톤에서 발견했다.

"트러스톤은 시장의 상황과 관계 없이 수익을 냈고, 고객이 신뢰할 수 있게 상품을 운용했습니다. 이곳처럼 신한금융투자도 고객에게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트러스톤을 벤치마크해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이런 변화를 위한 첫 단계로 고객들이 전 세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최근 '주식 스왑'을 통해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취임 후 1년8개월 동안 변화를 주도해 온 그에게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온라인 화면에서 벗어나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직접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은퇴, 해외투자, 절대수익형 등 다양한 상품 서비스 선보여 '자산관리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할 방침입니다."

매일 새벽 6시 전 일어나 건강관리를 한다는 강 사장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고, 탄력 있어 보였다. 강 사장이 1990년 후반 외환위기 시절 서울 압구정의 '스타 증권영업맨' 기질을 살려 한국 증권업계에 새로운 성장모델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강대석 사장은 1958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1988년 신한증권에 입사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KT뮤직 대표이사, 신성투자자문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2년 2월 신한금융투자 사장으로 취임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