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從北의 계절은 가고 있다
필자는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위원 시절 회의에서 노무현 정부의 강금실 법무장관이 하영옥 이석기 등 NL주체사상파인 민혁당 재건파들을 전향서 한 장 안 받고 특별사면하고 석방한 것을 비판했다. 그들은 곧이어 복권까지 됐다. 과거사위의 NL계열 조사관 두 명이 필자 뒤에서 중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치가 얘기하는 것 맞아? 전향서 안 썼어?” “응.” 신영복 박성준 등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 수감자들도 형식적으로나마 ‘위장 전향서’ 한 장은 쓰고 나온 것과도 비교되는 한심한 처사였다.

본인 자신이 통혁당 연루자였고 작년 총선을 총지휘한 ‘운동권 대모’ 한명숙 민주당 의원(박성준 부인)은 ‘야권연대’니 ‘빅텐트’니 ‘2013년 체제론’이니 하면서 통합진보당 종북주의자들의 원내 세력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주당 내에도 종북주의자들을 대거 진출시켰다. 그런 결정의 ‘부작용’으로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큰 도움이 됐지만, 의회 내에서 종북주의자들이 설치는 토양도 마련됐다. 그러기에 이번 내란음모사건에 민주당 책임이 크다. 이때 원내에 입성한 사람 중 하나인 '종북의 꽃' 임수경 민주당 의원은 2012년 한 TV 프로에서 ‘왕재산 간첩단사건’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왕재산’ 멤버들이 “내 지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시청자들 마음속에는 ‘임 씨의 지인’이기에 진짜 간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더 들었을 것 같다.

흥미롭게도 이석기, 임수경 등 많은 종북·친북주의자들이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출신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한국외대에서 연설하며 세계화를 지향하는 대학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계화에 역행하는 주체사상이 1980년대 이곳에서 퍼져 나갔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당시 용인캠퍼스의 주거·교통 낙후성이 낳은 폐쇄적 환경 등 소외감이 이 지역 주사파 확산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외진 곳에서 외로운 자취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손쉬운 포섭 대상이 된 듯하다. 이번 내란음모사건 연루자의 상당수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한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월25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지금 ‘이 자리(국회)’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 (민주당은) 이제는 종북세력과 결별하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은 이 땅을 떠나라”고 발언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도 정확한 지적이었다. 이 발언 때 야당 측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는데 아마 야유한 의원들 중 상당수가 진성 종북이었을 것이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이번 사태를 ‘용공조작’이라 표현했다. 용공이란 공산주의를 용인한다는 뜻이니 이석기 등은 엄밀히 얘기해 용공이 아니다. 그들은 공산전체주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종북 정서가 잘 팔리는 분위기에서 소위 ‘진보’니 ‘민족민주’니 하면서 종북세력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언론·거대포털·문화계·학계·종교계 인사들, 혹은 일반인들이 우리 사회에 널려 있다. 그러나 이제 사회생태계가 갑자기 격변상황을 맞으며 ‘종북의 계절’이 끝나감을 느낀다. 종북의 입지가 없어졌을 때 얼간이 동조자들은 곧 다른 얼굴을 하며 나타나 “내가 그때 종북주의자들을 얼마나 혐오하고 비판했는데”라며 공치사를 할 것 같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주체사상이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이 사상이 강조한 ‘품성론’, 즉 ‘먼저 인간이 돼라’는 교시였다. 이는 현재 맹렬히 활동하는 주사파와 그 후원세력에 필요한 경구이기도 하다. 바로 그들이 ‘경애하는 수령님 말씀대로’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수령님’이 원하는 ‘노예적 인간’이 아닌 공산전체주의라는 사악한 주술에서 벗어나는 자유 인간의 길을 가야 한다.

야권이 이렇게 흔들리면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대안으로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안 의원도 더 큰 정치적 꿈이 있다면 예전에 한 “요즘 빨갱이가 어디 있어요”라는 유명한 실언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다. ‘이석기와 그 친구들’이 들으면 화를 낼 얘기가 아닌가.

강규형 <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