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행동주의 투자펀드 밸류액트에 이사회 자리 한 개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독 보수적인 기업으로 소문난 MS가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자사 이사회를 개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MS는 “밸류액트가 내년 초부터 MS 이사회에 합류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1년 안에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지 1주일 만에 나온 발표다. 이 때문에 발머의 갑작스러운 자진 사임 의사 발표 배후에 밸류액트의 압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MS는 이날 “밸류액트와 발머 CEO의 퇴임 사이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밸류액트는 지난 4월 MS 주식 2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며 MS 투자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밸류액트의 MS 지분율은 0.8%이며 보유 지분 가치는 약 22억달러다.

밸류액트는 MS에 “MS 지분을 5% 이상 매입하지 않을 것이며, 경영권 다툼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양측이 서로 정기적으로 만나 MS 경영에 대해 의논하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밸류액트가 이처럼 적은 지분을 갖고도 이사회 의석을 얻을 수 있게 된 건 그만큼 MS에 대한 주주들의 압박이 심하다는 뜻”이라며 “MS 주주들은 밸류액트가 MS의 경영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주가를 띄워 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밸류액트는 2000년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출신의 제프리 우벤이 창업한 헤지펀드다. 우벤이 이끄는 밸류액트는 모토로라솔루션과 마사스튜어트리빙옴니아, 어도비시스템스 등 미국의 주요 대기업에 투자해 왔다.

‘기업 사냥꾼’이란 악명을 얻을 정도로 투자 대상 회사 간부들과 날카롭게 대립하는 칼 아이칸이나 빌 애크먼과는 달리 경영진과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정적인 사안에 대해선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며, 지분을 소규모로 매입하는 대신 주주들 사이에 우호 세력을 넓히는 방식을 통해 이사회 장악력을 높인다고 WSJ는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