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중심지인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는 청일전쟁, 러일전쟁, 만주사변, 태평양전쟁 등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전몰자들을 영령으로 합사해 떠받드는 곳이다.

전몰자 유골이나 각각의 위패는 없고 합사한 신들을 상징하는 거울과 검, 전몰자 이름이 기재된 '레이지보'(靈璽簿. 합사 명부)를 봉안해놓고 제사를 지낸다.

메이지(明治) 유신 때 천황 중심 집권체제의 기틀을 닦는 과정에서 전사한 관군들을 기리기 위해 1869년 창건된 도쿄 초혼사(招魂社)가 야스쿠니의 시발점이다.

10년 후인 1879년 메이지 일왕의 명명에 의해 야스쿠니 신사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당시에는 일본 육·해군성이 관할하는 일종의 군사시설이었다.

현재 야스쿠니에 합사돼 있는 사람은 246만6천여명이며 이 중에는 태평양전쟁 전범들도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을 거쳐 1948년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1978년 비밀리에 합사했다.

이들은 태평양전쟁을 주모한 전범 수괴자가 아닌, 연합군에 의해 오명을 뒤집어쓴 '순난자'(殉難者)이며, 이들의 죽음은 일본 국내법상으로 '공무사'라는 게 합사의 명분이었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군인, 군속으로 강제 동원돼 목숨을 잃은 한국인 2만1천여명도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전쟁신사, 전범신사, 일왕 숭배와 군국주의 둥지, 국가신도 본거지 등의 지적과 비판이 제기돼 왔다.

야스쿠니신사는 A급전범 합사 사실이 1979년 4월 언론 보도로 공개되고 총리, 각료 등 보수우익 정치인들의 참배가 확산되면서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 미화하는 시설로 각인돼 왔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y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