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산업, 아시아 시장이 돌파구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는 보험산업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을 떨어뜨리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찍이 인구 고령화에 직면했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보험업계 관계자의 일원으로서 고민이 크다. 일본의 경우 가구당 생명보험 가입률은 1994년 95.0%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85.8%까지 떨어졌다. 연금보험을 제외하면 2055년에는 연간 신계약 건수가 현재의 40%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해보험 시장도 정체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손해보험업계 보험료는 1994~2011년 17년간 겨우 5.2% 올랐다.

우리나라 상황은 일본과는 다르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 보험업계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주목할 것은 해외 진출이다. 그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수익 안정화를 꾀했다.

도쿄해상그룹을 예로 들어 보자. 이들은 2000년 이후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 38개국 446개 도시에 진출했다. 지난해 해외에서 얻은 이익이 전체의 41%에 달한다고 한다. 2001년 3%에 불과했던 점을 생각하면 10년 만에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2010~2011년 2년간 3대 생보사가 해외에서 지분을 인수한 보험회사가 5개에 달한다. 대부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생명보험사들이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인구가 많고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성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손해보험업계 선두회사의 해외 사업 비중은 3%에 불과하고, 생명보험사들 역시 아시아 몇 개국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비중이 낮다.

최근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요 고객이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이었지만 지금은 해당 국가의 현지인을 목표 시장으로 설정하는 변화의 물결도 일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세계 어디에나 자동차보험이나 생명보험이 존재하지만 나라마다 보험 제도가 다르고, 잘 팔리는 상품과 판매 관행도 다르다. 한 나라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가면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해외 진출 기업의 로컬화가 필요한 셈이다. 정보 부족 문제도 하나의 제약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저금리 때문에 일시납 연금보험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는 회사들이 나타났듯이, 보험은 많이 판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보험은 장기 계약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다.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몽골 등 아시아 보험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자국에 효율적인 보험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경험을 전수해줄 것을 요청하는 나라도 있었는데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보험정보 시스템 운영 경험 전수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험정보를 한 곳에 집중시키고 보험회사들이 그 정보를 모두 이용한다면, 해외 진출시에 직면하는 정보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다. 해당 국가의 시장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다.

해외 시장 진출 과정은 자신을 알고 상대를 알아 가는 과정이다. 한국 특유의 고객감동 서비스, 열정적인 인재들, 현지 정보에 충실한 로컬화가 합쳐진다면 글로벌 보험사의 탄생도 꿈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외국 감독당국이나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형 모델의 전파도 필요하다. 보험회사와 유관기관, 정부 당국이 힘을 합친다면 한강의 신화를 해외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강영구 < 보험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