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간식' 광주 모 유치원 전직 교사 운영 실태 폭로
"상한 식재료로 음식 만들고 교사들은 비인간적인 대우"


"냉장고에 넣어두지도 않고 옥상에 방치해둔 김치를 아이들에게 줬어요. 말라 비틀어진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여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건더기 없는 죽'과 냉동만두 한 개를 내놓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광주 모 유치원에서 근무한 A씨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드러난 사실은 일부일 뿐이다"며 이 유치원의 심각한 운영 실태를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실한 간식뿐만이 아니라 보존 상태가 심각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도 매일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이들이 먹은 김치는 보기에도 부패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원장에게 따져 물었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 내놓으라"고 지시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역국에 사용된 미역은 오랫동안 냉장고에 방치돼 말라 비틀어진 나물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도저히 아이들에게 내놓을 수 없었다는 A씨는 결국 미역을 버렸지만 이 사실을 알게된 원장으로부터 심한 질책만 들었다고 했다.

간식이라고 내놓는 도넛은 수일동안 방치된 것이었고 냉동만두 한 봉지를 사와서 90명의 아이들에게 먹이는 원장의 방침에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간식이라고 내놓은 절편은 무려 4조각으로 잘라 아이들에게 1조각씩 나눠줬다.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한다는 광고와는 달리 모든 식자재는 수입산이었고 정수기나 주방의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부실 대접'은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4월 개원한 이 유치원에서는 그동안 수차례 교사가 바뀌었는데 이는 원장의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가 이 유치원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7명의 교사가 모두 한꺼번에 사직했다.

교사들은 퇴근이 늦은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매일 오후 10시까지 근무해야만 했다.

공휴일에는 모두 출근해 계단 청소 같은 잡일을 해야했고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컵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원장의 방침 때문에 냉·난방은 엄두도 내지 못해 여름과 겨울에는 수업조차 제대로 진행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전기 절약이라는 미명하에 전등도 제대로 켤 수 없어 아이들은 어두컴컴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고 계단을 걷는 것조차 힘들 수밖에 없었다.

A씨는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절대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하던 원장이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30분 전에는 꼭 에어컨을 틀었다"며 "땀을 식혀서 아이들을 집에 돌려보내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3층짜리 유치원 건물에는 원장의 가족들도 함께 살고 있었다.

A씨는 "아이들 먹일 음식도 많지 않은데 원장 식구들까지 함께 먹어버리니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심지어 좋은 식재료가 원장 식구들 밥상에 오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교육청과 구청은 점검 한번 나오지 않았다"면서 "부실 운영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문제를 개선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