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뒷바라지와 생활비 등을 위해 부인이 빚을 지게 됐다면 이혼할 때 남편도 이를 분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0일 "남편의 선거자금과 생활비 등을 마련하느라 빚을 지게 된 만큼, 재산분할로 2억원을 지급해달라"며 오모(39)씨가 남편 허모(43)씨를 상대로 낸 재산분할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오씨는 2001년 사회활동가인 남편 허씨를 만나 결혼했다.

오씨는 정당활동을 하던 남편이 가계에 도움을 주지 못하자 개인과외 등을 하면서 뒷바라지를 했다.

심지어 남편의 선거자금과 활동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2억7천600만원을 빌렸고 보험사로부터도 3천만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남편 허씨는 오히려 오씨의 학교 후배와 바람이 났고 이후에도 자신의 외도가 오씨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오씨는 허씨의 잘못으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됐다며 위자료를 청구하고 채무 역시 허씨 때문에 떠안게 된 만큼 재산분할로 2억원을 지급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허씨 잘못을 인정해 "아내 오씨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도 재산분할 청구에 대해서는 "부부의 재산보다 채무액이 많아 남는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분할 대상이 아니다"면서 오씨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한지훈 기자 pdhis959@yna.co.krhanjh@yna.co.kr